“우리(정부)는 할만큼 했다. 그러나 못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지역갈등의 극복이다. 역차별 논란이 생길 정도로 동쪽에 예산을 더 많이 배정했고 대통령이 동쪽 행사에는 더 많이 갔다. 하지만 표는 오지 않았고 소모적 정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남북이 화해하는 마당에 동서가, 여야가 계속 과거의 멍에, 앙금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서야 되느냐.”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18일 ‘광복절 대폭 사면·복권’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털어놓은 속내다. 그는 “일을 저질러 놓고, 잘못을 해놓고도 큰 소리를 치는 정치풍토에서 무슨 화합이냐는 반론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게 다 우리 국민의 업보(業報)라는 생각을 하면 다시 화합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광복절 사면’에 최종 재가를 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화합이라는 주제 아래 사면과 관련된 준비에 들어갔다. 청와대 고위인사들도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하고 일부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광복절 사면의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이 대세다. 민주당도 조만간 광복절 대폭 사면안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절 사면이 이루어진다면 초점은 정치인들에 맞춰지게 된다. 남북화해의 흐름에서는 사상범이나 장기수의 사면이 필요하나 대다수가 이미 풀려났기 때문에 정치인 문제가 부각될 전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남아있는 사상범의 사면·복권도 이루어 지겠지만 남북화해에 앞서 우리 내부의 화합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정치인 사면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김현철(金賢哲)씨 복권, 홍인길(洪仁吉)전청와대 총무수석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루어지고 선거사범, 뇌물사범들도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면·복권은 현재 진행중인 선거법 위반 재판이나 수사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광복절 사면의 반대 논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과거를 털자고 해서 현재 문제된 사건들까지 덮을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여야가 상생의 정신을 되살려 고소·고발을 취하하면 문제들이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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