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4시 서울 사당동의 경찰특공대 3층 강당. 기자들과 경찰 특공대원, 연기자 170여 명이 자리했다.19일 첫 방송되는 SBS ‘팝콘’ 후속의 수·목 미니시리즈 ‘경찰 특공대’(이한호 극본, 정세호 연출)의 시사회다.
기자들과 대원들의 눈은 김석훈 김상중 황인영 이종원 등 젊은 스타들에게 쏠렸다. 하지만 시사회가 끝난 뒤 시선의 방향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무명 신인에게로 선회했다. 시선의 중앙에 선 김유미(20).
왜일까? 17일 다시 만난 김유미에게서 답을 찾아나섰다. 스무 살, 무한한 가능성의 나이이자 실수조차 아름다운 때이다.
그녀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승부사 기질인 끼가 넘쳐 흘렀다. “소문으로 듣고 오디션에 참가했어요.
탈락의 위기에서 울면서 감독님에게 매달렸어요. 이것 못하면 죽겠다고 했지요.” 이런 독기는 테러리스트로 복합적인 성격을 표출해야 하는 여주인공 정단비 역의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화장품 광고 두 편 출연이 전부인 그녀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액션 대작이라 총격 장면이 많아 상처 투성이다. 손에 화상을 입고 팔에는 모기 물린 자욱이 선명하다. 연일 야간 촬영으로 연기자들이 녹초가 됐건만 김유미의 눈빛은 초롱초롱하다.
“기회는 단 한번이라는 생각으로 대본을 읽고 연기합니다. 시청자에게 신인이라 봐 달라고 이해를 구하지 않겠습니다.” 1회 분에서는 캐릭터의 소화가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연기력의 부족을 노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칭찬에 인색한 정세호 PD는 “그녀는 1회보다는 2회가 좋은 연기자”라고 말한다. 또래 연기자들이 이미지의 조작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분위기와는 좀 다르다.
‘스타는 자신의 혼을 보여주지만 신인은 자신의 몸매를 보여준다’ 는 ‘스타론’의 저자 에드가 모랭의 논리를 반박하는 오기를 김유미에게서 엿본다면 지나칠까.
보라색 민소매의 긴 원피스, 정갈한 자세, 논리적인 말투는 신세대답지 않다. 웃을 때도 입을 가린다.
“현역 대령인 아버지의 엄한 교육 때문이지요. 연기자로 성공했을 때도 지금처럼 초심(初心)을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상당수 연기자들과 두세 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기사를 쓸 때 황당한 경우가 종종 있다. 상투적인 멘트, 예의상 말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유미는 그러지 않았다. “연기자는 문(文)끼와 색(色)끼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많이 읽고 느끼고, 여성으로서의 섹시함도 드러내려고 합니다.”
스타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미모다. 엷게 화장한 김유미의 얼굴은 각도에 따라 때로는 신선함과 청순함으로, 때로는 성숙함과 섹시함으로 다가온다.
“김혜선 송윤아 김희선 박선영 등 스타들을 닮았다고 해요. 하지만 전 김유미일뿐입니다.”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 2년생. 테러리스트 김유미는 극중에서 특공대원 김석훈과 사랑에 빠지는 비운의 역할을 맡는다.
▥ '경찰 특공대' 어떤 드라마
지난해 8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이미 10부까지 완성된 16부작 ‘경찰 특공대’는 요원 경호와 테러 진압을 주임무로 하는 특공대원들의 활약과 사랑을 그린다.
경찰 특공대원으로 운동감각과 체력을 자랑하는 김석훈 이종원 김상중 이상인이 출연하고 휴대폰 광고에서 경호원으로 나오는 황인영이 여성 대원 역을 맡았다.
테러리스트 역은 김유미와 이덕화 김상경. 회당 제작비가 일반 드라마 두 배인 1억 2,000여 만원. 매회 헬기 비행과 총격 장면이 나오는 등 규모가 엄청나다.
드라마 촬영장에 경찰 특공대원이 상주해 자문하고 있으며 극중에서 사용되는 권총 등 총기류는 영국과 일본에서 수입했다.
정세호 PD의 기획의도. “특공 대원과 테러리스트의 액션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대원들의 동료애 이성애 형제애 등 휴머니즘을 보여주려고 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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