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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이젠 여성들이 나서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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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이젠 여성들이 나서게 하라

입력
2000.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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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여성의 세기이다. 21세기에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세계화, 지식정보화, 민주화의 3대 혁명이 진행되면서 불화 반목 대결의 ‘경성정치’의 시대가 지나가고 관용, 화해, 상생의 정신에 기초하여 평화를 만들어 가는 ‘연성정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또 군사 안보 중심의 ‘높은 정치(high politics)’에서 환경 문화 인권 빈곤 교육 청소년 건강 복지문제의 해결을 중시하는 생활정치 또는 ‘낮은 정치(low politics)’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연성정치와 낮은 정치의 시대에는 여성의 정치적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전쟁을 하는 데는 남성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을 지 모르나 평화를 만드는 데는 아무래도 남을 배려하고 양보와 타협에 능한 여성에게 비교우위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21세기가 3F (Fiction Feeling Female)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이 지배하는 디지털 사회(Fiction)에서는 감성, 섬세함, 유연성(Feeling)이 요구되는 연성정치가 지배할 것이고 연성정치는 자상하게 남을 배려하는 여성(Female)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탈냉전시대에 여성의 정치적 진출은 눈부시다. 20세기를 마감한 1999년에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구의 여성의원 비율은 40%를 상회하였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의회는 모든 정당으로 하여금 여성후보자를 50%이상 강제로 공천케 하는 ‘남녀동수공천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월에 국회는 비례대표의원 후보자중 30%를 강제로 여성에게 할당해야한다는 개정 정당법을 통과시켰다. 비례대표 여성할당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을 대표하는 새천년 정치개혁의 상징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전세계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바닥에 위치하고 있고 여성의 권한(gender empowerment)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조사한 102개국중 78위에 머물고 있다.

한국여성이 교육수준과 경제능력은 높으면서도 지위와 권한은 아프리카의 모잠비크보다 낮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 점에서 국민의 정부가 여성의 지위를 선진국 수준까지 올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영역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고 21세기 디지털 혁명기에 급증하고 있는 여성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여성정책을 추진·집행할 수 있는 여성부를 신설한다는 계획은 늦었지만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신설될 여성부는 한국여성이 정치적으로 대표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정보를 창출하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며,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고,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첫째, 한국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신장시켜 그간 남성정치가 저지른 패거리정치, 지역주의 정치, 부패정치를 청산하고 자상하게 배려하는 감성의 정치, 깨끗한 투명정치, 공존과 화합의 상생정치가 특징인 ‘여성정치’를 실현하여야 한다.

둘째,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시정하여 여성의 소득을 향상시켜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양성(兩性)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하여야 한다.

셋째, 한국 여성의 ‘정보이용능력(information literacy)’을 높여서 성별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여야 할 뿐 아니라 여성이 한국의 디지털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하여야할 것이다. 넷째, 지구환경을 생명친화적 모성으로 보살피는 한국여성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녹색환경 공동체 건설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여성이 배려와 보살핌, 상생과 조화의 정신으로 한반도에서 “창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평화만들기의 역군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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