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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그램 등급제 실시

입력
2000.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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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마련한 방송 프로그램 등급제 시안(본지 17일자 1면 보도)에 대해 시청자 단체들은 일단 환영하고 있다.하지만 등급제가 실효를 거두고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치와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등급분류위원회 신설과

이행여부 관리 선결돼야"

우선 8월 공청회를 거쳐 애니메이션 등 4개 장르에 대해 10월부터 부분 시험방송을 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등급제의 판단 기준이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등급을 매기는 주체가 방송 사업자이므로 방송사마다 다른 기준으로 프로그램 등급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

방송위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7세 이상’에서 ‘등급판정 불가’까지 6등급제를 방송사마다 임의대로 적용할 수 없도록 등급에 따라 선정성과 폭력성의 빈도 및 강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외국과 달리 상당수 프로그램의 사전 제작이 이뤄지지 않는 우리 방송 현실에서 방송 당일 제작되는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등급을 부여할지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한양대 강남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프랑스 방송사들이 시청자와 방송전문가, 제작진이 참여하는 등급분류위원회를 신설해 프로그램 등급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며 방송사의 등급분류위원회 신설을 주장했다.

또한 방송사의 등급제 이행 여부를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문제도 선결돼야한다. 전문가들은 등급제의 감독기관인 방송위원회는 시청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방송사의 등급제 이행 여부를 관리 감독하고 위반 시에는 강력한 제재를 통해 등급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청자 단체는 등급제가 원 취지와는 거꾸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 을 양산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19세 이상’ 등급을 남발해 선정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합리화하는 구실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YMCA 시청자운동본부 안수경 간사는 “등급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방송되고 있다.

등급제 실시와 함께 등급별 편성비율과 등급에 따른 프로그램 방송 시간대 지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도 등급제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있다. 등급을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그램마다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등급제가 자칫 제작자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등급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미디어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부모들이 등급제를 활용해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시청 지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디어 교육기회와 자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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