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국내외의 많은 사람이 궁금증을 갖는 대목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차중(車中)대화 내용이다.일각에서는 “두 정상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까지 가는 50분 동안 리무진에 동승, 깊은 거래를 했고 미국이 그 내용을 알기 위해 모든 채널을 다 동원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의문에 대해 김대통령은 17일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김대통령은 “첫 만남이고 김위원장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많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간단한 대화(small talks)를 나누었다.
우리는 거리에 쏟아져 나온 60만 환영인파에게 정신이 팔려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드느라 말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그 이후 회담이나 만찬, 돌아오는 날 차 속에서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또다른 관심사인 김위원장의 인상에 대해 김대통령은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냉정한 이론가로는 보이지 않았고 예리한 성격의 감수성이 매우 강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흥분을 잘하는 사람 같이 보일 때도 있었다. 그의 행동은 대단히 유교적이어서 매우 예의바르고 나를 연장자로 배려해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위원장이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한 말이 상당 부분 일리가 있었다. 그는 또 남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수용하려 했다. 그러자면 대단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김대통령의 품평이었다.
“4~5가지 쟁점 때문에 회담이 결렬될 뻔 했다. 회담이 성공한 것은 김위원장이 새 아이디어를 잘 이해해주고 자신의 생각을 쾌히 바꿔준 덕분”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대화 상대로서 김위원장에게 큰 신뢰감이 생겼다”면서 “김위원장에 대한 서방측 평가는 크게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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