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8·15 이산가족상봉단 후보명단이 발표된 16일.언론사마다 이산가족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기자들은 경찰전산망 등을 통해 뽑은 자료로 현장에 출동, 신원확인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800만 이산가족도 행여나 하는 마음에 밤새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한가했다. 통일부는 직원 상당수가 출근하지 않은 가운데 주무부서인 이산가족과는 다음날부터 가동될 이산가족상담실로 전화를 미리 돌려놓아 하루 종일 통화조차 되지 않았다.
적십자사도 일요일이란 이유로 직원 100여명중 당직자와 관련 부서원 5명만이 나왔다. 그나마 이들이 한 일이라곤 북측 명단을 복사하고 정리하는 작업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신원을 확인하려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북측 명단이 방송에 발표되면서 이날 밤, 한적과 통일부에는 이산가족들의 확인전화가 폭주했다. 그러나 통일부 전화는 계속 불통이었고, 한적은 당직자 3명이 600여통의 전화에 응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부 이산가족이 직접 한적을 찾았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제헌절인 17일에도 한적은 10여명, 통일부는 20여명만이 출근했다. 통일부는 당초 “시일이 촉박해 언론제보가 필수적”이라며 명단발표를 서둘렀다. 그러나 경찰·행정전산망을 이용한 자체 확인작업은 손을 놓았다.
왜 비상근무를 안 하느냐는 얘기조차 하고 싶지 않다. 많은 국민의 50년 가슴 저린 사연을 어찌 그토록 무심하게 대할 수 있을까. 내 부모형제라도 과연 언론제보만 믿고 휴일을 편히 쉴 수 있을까?
배성규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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