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의 8·15 이산가족 상봉 후보명단 200명의 남한내 가족들이 상봉의 꿈에 흠뻑 빠지면서 북녘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기대와 착잡함이 교차하고 있다.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전해지는 후보명단 이산가족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마치 ‘나의 일’인 양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아쉬움도 감추지 못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도민회에는 2명의 당직근무자만 출근했지만, 1층에 위치한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는 “지금이라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당직근무자 김용태(金容泰·53)씨는 “북측 명단에 월북자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항의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실향민 김만길(金萬吉·73·함남 원산 출신)씨는 “북쪽 명단에 실향민도 다수 포함돼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 하면서 “그래도 북에 있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기뻐하는 사람의 모습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라고 부러워했다. 평북 의주 출신의 실향민 강순옥(姜順玉·77·여)씨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자에게 명단을 세번이나 확인시켰지만 우리 가족의 이름은 없었다”며 “가족상봉 신청서를 냈는데 죽기 전에 가족들 생사라도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실망스러워했다.
북에서 고당(古堂) 조만식(趙晩植) 선생이 이끌던 조선민주당 간부를 지내던 아버지가 끌려간 후 월남한 한모(58)씨는 “북에 남은 가족들의 신분이 밝혀지면 다시 고초를 겪을까 두려워 가족상봉신청 한번 내본 적이 없다”며 “북에서 우익활동을 하다 월남한 실향민은 언제나 가족을 만나볼 수 있을지…”라고 울먹였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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