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의 말을 따르자니 시대조류에 맞지 않고, 거부하자니 ‘역린(逆鱗)으로 오해받을 것같고….’그룹경영에 간여하고 있는 ‘고령의 창업주’의 역할과 그에 대한 예우문제를 놓고 해당 그룹 안팎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 정주영(鄭周永·86) 전명예회장과 한진 조중훈(趙重勳·81)회장, 롯데 신격호(辛格浩·79)회장은 아직도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영향력을 지닌 대표적 인물. 하지만 묘하게도 이들 그룹은 최근 각종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정주영 전명예회장은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하기는 했으나 대주주로서의 입김은 여전히 막강하다. 특히 남북경협사업은 전적으로 그의 몫이며, 그룹의 운명과 관련된 구조조정(계열분리, 2세 재산분할 등)도 그의 결심에 달려있다. 하지만 현대는 ‘왕자의 난’ 등 형제간 경영권 및 재산분할 문제로 이미지를 추락시켰고, 최근엔 유동성 문제가 계속 터져나와 속을 끓이고 있다.
한진그룹도 상황은 유사하다.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최근 수차례 대형사고를 내면서 기업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조회장을 비롯한 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회장, 조수호(趙秀鎬)한진해운사장 ‘ 3부자’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급기야 조양호 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노조 결성도 회사로서는 짐이다.
롯데의 경우 롯데호텔의 파업문제가 한달이 넘도록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는 파업으로 400억~500억원의 손실을 냈고 서비스업체로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이미지가 실추됐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