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공에서 차세대 전투기(FX)사업을 둘러싼 다국적 공중전이 불붙었다. 다음달부터 군당국이 후보 전투기들의 성능과 도입조건 등을 평가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특히 이번 사업은 미 군수사업이 독점해오던 우리 전투기 시장에 프랑스와 유럽 컴소시엄이 ‘침입’한 데다, 경협차관 상환문제가 얽혀 있는 러시아까지 가세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열강들의 각축전’이 되고 있다.
가시화하는 FX사업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FX사업은 현 주력전투기인 KF-16 생산이 끝나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최신예 전투기 40대를 확보하는 사업 계획. 4조3,000억원의 예산투입이 예정된 단일품종 최대의 군수사업이다.
국방부는 최근 미국 보잉사의 F-15K, 스페인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4개국 컨소시엄의 EF(유로파이터)-2000, 프랑스 닷소사의 라팔, 러시아 로스부르제니아사의 Su(수호이)-35 등 4개 대상기종으로부터 성능과 가격, 절충교역(우리가 구매했을 경우 상대국에서 우리 제품을 수입하는 비율), 후속군수지원 등을 담은 최종 제안서 접수를 완료했다.
우리 군은 이어 12명의 시험평가팀을 구성, 다음달부터 올해말까지 4개국을 돌며 전투기 성능과 후속군수지원 체계 등을 평가한 뒤 내년 7월께 최종 기종을 선정할 계획이다.
치열한 열강의 각축 상대적으로 오래된 기종을 내세운 미국측에 대해 나머지 3개사가 저마다 파격적인 공세를 가해 사상 초유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수성(守城)여부와 함께, 처음으로 대미의존적 무기구매정책이 바뀔 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특히 프랑스 라팔은 최종제안서에서 절충교역과 기술이전 100%에다 ‘아시아시장 판매권’을 우리측에 넘긴다는 뜻밖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측은 주한 러시아대사관을 주축으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고, EF-2000의 판매권을 갖고 있는 스페인 카사측도 본사 간부들을 잇따라 보내 가장 신예의 모델이라는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작전’이란 전가의 보도만을 내세우던 미 보잉사도 최근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군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종별 장단점: F-15K는 최대 속력 마하 2.16에 무장 및 대지공격 능력이 탁월하며 성능이 검증됐지만 가격이 비싸다. 특히 이미 F15급을 대체할 F22급 등이 개발에 들어갔고, 미 전략상 기술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게 단점이다.
라팔은 프랑스 공군이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로 편리한 작동에다 기동성·무장이 뛰어나다. 또 아시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가격과 기술이전 뿐아니라 각종‘+알파’적 당근을 제시한 게 특징. 그러나 후속군수지원이 불안하다.
EF-2000은 유럽 4개국이 공동 개발하는 제공용 전투기로 미국이 개발중인 F22급에 버금가는 성능이라고 자랑한다. 94년 첫 비행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공대지, 공대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SU-35는 SU-27기를 모체로 기동성능을 향상시킨 다목적 전투기로 88년 시험비행을 했다.
14개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고 내부연료 탑재량이 많아 4시간반정도 체공할 수 있으나 역시 후속군수지원에서 신뢰감이 덜하다.
■우리의 입장
군당국은 KF-16 도입당시 비자금, 로비설 등으로 나라 전체가 큰 홍역을 치렀던 만큼 이번 사업만큼은 투명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종 기종 결정단계로 넘어갈수록 정치 경제적인 요인이 작용할 소지가 많다. 1990년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F18기를 선정했다.
1년뒤인 91년 제너럴 다이내믹사(현재는 록히드 마틴으로 합병)의 F16으로 기정을 변경하는 바람에 93년 감사원의 율곡비리 감사에서 리베이트 설, 95년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수사에서 1,500만달러 수수 의혹이 제기된 게 대표적 사례.
공군 관계자는 “FX사업은 통일이후까지 대비한 미래지향적인 군전력증강사업인 만큼 모든 절차에서 정치 경제적인 변수를 제거하고 수요자인 군의 입장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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