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중국과 북한 방문, 오키나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참석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순방을 시작했다. 대외적 위상과 영향력 회복을 노리는 푸틴이 유럽에 이어 아시아를 향한 외교적 공략에 나선 것이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변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옛 공산종주국 정상의 사상 첫 북한 방문이 한반도 정세변화에 어떤 변수가 될 것인지 관심거리다.결론부터 말해 푸틴의 중국·북한방문은 냉전시대 동맹다지기 차원에서 볼 것은 아니다. 냉전종식 10년만에 닥친 환경변화에 적응하려는 지역국가들이 새로운 전략적 균형을 찾는 다자(多者)간 게임의 일환이다. 러시아의 행보도 한반도 주변열강을 포괄하는 큰 틀에서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푸틴의 아시아 공략목표와 수단은 러시아의 축소된 국력만큼 제한적이다. 푸틴은 독일등 유럽과의 유대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전임자 옐친이 미국에 경도돼 전략적·경제적 실패를 자초한 것을 거울삼아, 역사적 애증관계가 깊은 유럽에 의지해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는 푸틴이 15일 슈뢰더 독일총리와 유럽안보를 위한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선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푸틴은 이에앞서 이달초 중국·중앙아시아 공화국 3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도 ‘ 전략적 동반관계’를 다짐했다. 17~19일 중국을 방문해서도 미국의 국가 미사일방위(NMD)체제 구상에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비슷한 수준의 우호협력에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전략적 동반자’선언은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사이에는 이미 되풀이됐다.
이는 곧 중국과 러시아 모두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NMD체제 구축등 전략적·경제적 패권장악은 견제하려 하지만, 냉전시대 반미동맹과 같은 적대적 편가름은 원치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미국과의 경제분야를 중심으로한 우호협력 관계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푸틴의 북한방문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 우호회복과 협력을 다짐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군사·외교적 지원은 수사에 그칠 것이다. 동시에 핵과 미사일 문제 등 북한의 독자 생존전략에는 크게 간섭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 미국, 일본 등은 모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다자간 외교에 분주하다. 새로운 전략적·경제적 견제와 균형의 틀을 각기 유리하게 이끌려는 것이다. 주변 열강은 급변하는 환경속에 국익 확보에 열심인데, 그 중심에 놓인 우리는 다시 우물안 싸움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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