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아빠는 언제 일본에서 돌아와.”꼬박 석달째 의식이 없는 채로 병상에 누워 있는 프로야구 롯데 임수혁(31)선수의 네살짜리 딸 여진이가 할아버지를 졸라댄다.사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막내아들 간병을 맡고 있는 아버지 임윤빈(63)씨는 “차마 손주들에게는 밝힐 수 없어 아빠가 전지훈련을 떠났다”고 둘러댔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17일 서울 강동구 풍납동 중앙병원. 임수혁의 입원실은 정적만 흘렀다. 18일이 생일인 줄도 모르고 큰 눈만 껌뻑거리는 임수혁은 90㎏까지 나가던 체중이 75㎏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4월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서 1루주자로 나갔다가 2루에서 갑자기 쓰러질 때 뇌에 손상을 입어 아직까지 사람도 못 알아보고 말도 한 마디 못한다. 주치의로부터 여러 차례 자기공명(MRI), 뇌단층, 뇌파촬영을 해봤지만 뇌에 손상이 간 상태라 절망적이라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다.
아버지 임윤빈씨는 “쓰러진지 5분 안에 인공호흡이라도 했더라면 아마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수혁이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놓친 적이 없다”며 아들의 완쾌를 확신하는 듯 했다.
생일날 아침에는 맑은 미역국이라도 먹여 볼 참이지만 아들이 그 국의 의미를 알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그동안 팀 동료들은 잠실경기 때마다 구단 버스를 타고 통째로 병문안을 할 정도로 관심을 표시했다.
붙임성이 유달리 좋았던 임수혁을 찾아오는 야구인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아 덜 적적했다며 고마워했다. 멀리 부산팬들까지 안부를 물어올 때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단다. 얼마전 가족들은 간병을 위해 부산을 떠나 경기 성남시 수지로 거처를 옮겼다.
부인 김영주(31)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큰 아들 세현(6)군이 “나도 아빠처럼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겠다”며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그라운드를 누비던 남편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임수혁이 가족과 팬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 날은 언제일까.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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