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SOFA협상 쟁점/불평등조항 美 "난 몰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SOFA협상 쟁점/불평등조항 美 "난 몰라"

입력
2000.07.18 00:00
0 0

한국과 미국이 96년 9월 이후 중단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 협상을 8월 2일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순탄한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양측이 조항의 해석뿐 아니라 개정의 필요성과 범위, 양국 사법체계 등 여러 면에서 심한 견해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을 앞두고 미측이 우리 정부에 전달한 개정안은 우리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사실상 개정 의사가 없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은 형사재판 관할권.

미측은 단기 징역 3년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에 대한 인도 시기를 현행 형확정 단계에서 기소 시점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 한미 SOFA가 기소때 미군 피의자를 접수국에 인도하는 미일 SOFA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협정과 비교해 현저히 불평등하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측은 그에 대한 대가로 나머지 범죄를 아예 우리 정부의 재판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형법상 대부분의 범죄는 징역 10년 이하 식으로 규정돼 있고 단기 징역 3년 이상의 범죄는 살인·강간·강도·유괴 등 중범죄에 한정된다.

따라서 미측의 주장대로라면 미군 범죄 중 가장 빈번한 폭행·폭력 사건이나 교통사고 등은 우리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이는 미군의 미군대상 범죄와 공무집행 중 범죄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1차적 관할권을 갖도록 한 현행 SOFA 규정을 1991년 개정 이전으로 돌려놓자는 속셈”이라며 “되로 주고 말로 받자는 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미측안은 주한 미군사령관이 기소후 미군 피의자에 대한 한국측의 재판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할 경우 SOFA 형사분과위 회부를 요청, 범죄인의 신병 인도를 재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관련 규정을 무효화한다는 게 미측안의 핵심이다.

게다가 미측은 인도된 범죄인을 미국으로 데려가더라도 한국 정부가 이의를 달지 않고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인도 요청도 하지 못하도록 해 우리의 사법적 권리와 형 집행권의 행사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미측안은 주한 미군사령관이 우리의 사법권위에 군림하겠다는 의사표현”이라는 지적이 당연히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현행 SOFA 규정은 미일 SOFA나 NATO 협정, 독일보충협정 등과 비교해 불평등한 요소가 많다.

미군 피의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우리 검찰이 상소하지 못하도록 규정된 조항은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또 공무상 범죄의 경우 한미 SOFA는 미군 장성급이 ‘공무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 있는 반면 미일 SOFA나 독일 보충협정은 접수국 법원도 직·간접으로 공무 판단에 관여하도록 규정, 자의적 운영의 소지를 줄이고 있다.

또 미측이 미국의 법령에 의해 처벌하도록 한 대상중 가족의 범위에 대해 현행 한미 SOFA는 배우자 및 자녀뿐 아니라 ‘기타 가족’까지 포괄, 기타 가족은 대상에서 제외한 미일 SOFA에 비해 불평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관리의 참여가 없는 한 미군 피의자에 대한 예비조사가 불가능한 조항도 개정이 시급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측 주장은 우리의 사법제도와 사법주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은 부분 개정이 아닌 전면개정을 통해 불평 등 요소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