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중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원유, 액화천연가스 등 수입원재료 가격은 6월들어 6.5%(전월 대비)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여기에다 25일부터 철도(평균 10%) 고속버스(9%) 시외버스(10%)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최근 의료대란의 후속조치로 조만간 의보수가도 대폭 올라간다.
또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 결정에 따라 교육부가 9월부터 과외신고제를 전면 도입하면 과외비 상승이 예상되고, 개인서비스업체들은 “유가상승의 영향으로 원가가 크게 높아졌다”며 줄줄이 요금 인상에 나설 조짐이다. 농수산물 가격도 불안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올 4월 기준(말잔) 총유동성(M3)은 865조원으로 전년동기(820조)보다 5.5%가 늘어났다. 하반기에도 추경예산 집행 등으로 시중 통화는 고삐풀린 듯 늘어날 조짐이다.
한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원재료 가격의 경우 올 3월 2.1%(전월대비) 상승했다가 4월(마이너스 0.1%)부터 하락, 5월 마이너스4.7% 등으로 2개월째 하락했다”며 “그러나 국제유가 인상으로 6월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 수입원재료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27.5% 증가, 외환위기로 인한 환율상승으로 수입물가가 크게 올랐던 98년 상반기(34.6%)를 제외하면 제2차 오일쇼크 당시인 81년 상반기(30.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유 벙커C유 나프타 등 중간재도 4월과 5월 각각 마이너스0.3%에서 6월에는 1% 상승으로 돌아섰다.
김준일(金俊逸)한국개발연구원(KDI)거시팀장은 “현 시점에서 물가 불안요인은 적으나 유가와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에는 물가압력이 가시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긴축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통화를 더 많이 푸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제해야 한다”며 “통화당국이 물가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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