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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기업개혁 차례/재벌그룹오너들 '대우의 착각'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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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기업개혁 차례/재벌그룹오너들 '대우의 착각'여전

입력
2000.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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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계열사 2~3개만 처분했더라면 그룹도 살리고 국가경제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었을텐데….”지금은 해체되고 없는 대우그룹 최고경영진 K씨의 술회다. 당시 김우중 대우회장의 최측근이었던 K씨는 자신을 비롯한 대우 경영진 모두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암세포가 몸(기업) 전체에 퍼지기 시작, 중요한 부분들을 잘라내야 살 수 있었는데 약물치료만 받으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며 “다른 재벌그룹들은 대우의 전철을 밟지 말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대우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김 전회장은 모든 것을 잃었다. 또 한국경제는 지난 1년동안 ‘대우의 덫’에 걸려 신음해 왔다. 대우가 국가경제에 안겨준 부담은 30조~35조원에 달한다.

한국경제에는 아직도 제2,제3의 대우가 많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시한폭탄이 터지면 대우보다도 더 큰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개혁(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불행하게도 적지 않은 재벌그룹 오너들이 ‘대우의 착각’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덩치 큰 기업은 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마불사(大馬不死)’에 대한 미신을 아직도 신봉하고 있다는 얘기다.

몇몇 재벌그룹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평가는 더욱 냉혹해지고 있다. 모 재벌그룹 계열사의 자금담당 간부는 “시장 신뢰가 갈수록 떨어져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연장을 위해 매일 피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윗사람들은 결단을 미루고 있어 언제 ‘시장의 심판’이 닥칠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인호 행장은 “대우사태로 ‘대마불사론’은 깨졌다”며 “최근 시장의 신뢰가 떨어진 재벌그룹들이 주력사를 살리려면 ‘가장 아끼는 계열사’들을 시장이 요구하는 이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은 이제 생사를 갈라야 할 시점이됐다. 워크아웃 기업 중 상당수는 겨우 숨만 쉬고 있을 뿐 내부는 곪을대로 곪아있는 상태다.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59개 워크아웃기업 중 60% 이상은 금융기관에 내야할 이자조차도 벌지 못하고 있다.

대우전자의 경우 기업정상화 방향을 둘러싸고 채권단·경영진·소액주주 등 3자가 1년동안 소모적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아지기는 커녕, ‘블랙홀’처럼 금융권의 자금만 빨아들이고 있다.

정운찬(鄭雲燦)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워크아웃 기업 중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은 법정관리로 가든 청산하든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며 “재벌그룹 가운데도 3년 이상 연속적자를 내는등 부실한 계열사는 잘라내는 것이 해당 그룹이나 국민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시장으로부터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재벌그룹도 문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미룬 채 미봉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런데도 채권단은 팔장만 끼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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