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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곳곳 '죽음의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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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곳곳 '죽음의 구간'

입력
2000.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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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속도로 곳곳에 ‘죽음의 구간’이 검은 입을 벌리고 있다.설계 잘못으로 10여건 내외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곳이 수 십 군데에 달하지만, 관계 당국은 ‘조심 운전’만 당부할 뿐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부산 부일외국어고 수학여행 학생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추풍령 구간(서울기점 215.3~215.6㎞)은 올해 상반기에만 12건의 사망·부상사고가 발생하는 등 1997년 이후 40여건의 크고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대표적 취약 구간. 이때문에 일찌감치 “고속도로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급경사 굴곡구간”(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으로 지적돼 왔다.

이밖에 전국적으로 해마다 10여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마(魔)의 구간’은 경부고속도로에만 판교IC 근처 달래내고개(서울기점 16~17㎞) 경기 성남시 동원동(서울기점 20~21㎞) 옥천IC 인근(서울기점 166~167㎞) 경주IC 근처(서울기점 359.2~359.7㎞) 등 10여군데.

호남고속도로의 전북 정읍시 입암면(서울기점 130~133㎞) 전남 장성군 남면(회덕기점 159㎞) 전남 담양군 고서면(회덕기점 180㎞), 중부고속도로의 경기 하남시 천연동(하남기점 3~4㎞) 지점 등 다른 고속도로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30여군데에 달한다.

이들 구간은 도로 구조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 그러나 안전관리 대책은 경고 표지판 신·증설, 중앙분리대 도색 등 임시방편이 고작이다.

이번 참사를 빚은 추풍령 구간의 경우도 경고판 위치조정, 중앙분리대 재도색 등에만 고작 1억1,600만원이 배정됐을 뿐이어서 근본적 해결책은커녕 ‘땜질’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도 추풍령 휴게소부터 사고지점까지 10여개 이상의 감속운행 및 급커브 경고판이 서 있지만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도로가 원래부터 잘못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육원 이환승(李煥承·43)교수는 “비용을 줄이고 공사를 쉽게하기 위해 처음부터 문제있는 도로를 만들었다”며 “사고재발을 막으려면 구조변경 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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