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북측 이산가족상봉단 명단이 속속 알려지면서 그동안 묻혔던 남측 이산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들은 부모를 찾겠다고 왔건만 부모는 이미 기다리시지 않고 남은 형제들도 생사가 엇갈리고 있다."이젠 여한 없다" 눈물
○…“세상에 춘명이가 참말로 살아 있다니… 그런데 봉래는?” 북측 이산가족상봉단원 명단에 셋째 아들 이춘명(70)씨가 들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노모 최인창(96·충남 논산시 강경읍)씨는 놀라움과 기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의용군으로 끌려간 둘째 아들 봉래(73)씨의 소식은 알 수 없어 가슴 한 구석은 쓰리기만 하다.
최씨는 “그날도 공주농고에 다니던 춘명이가 밝은 표정으로 집을 나서던 모습이 선하다”며 “아들들을 만나려고 지금껏 죽지 못했는데 소식이라도 듣게 돼 여한이 없다”고 울먹였다.
97세 노모 "참말이냐"
○…“아들을 만나려고 지금까지 살아 있나 봅니다.” 북측 명단을 통해 아들 박상원(65)씨의 생사를 확인한 민병옥(97·충남 천안군 성거면) 할머니는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민 할머니는 “당시 상원이가 워낙 생활이 어려워 학교에 가고 싶어 의용군에 지원한 것 같다”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더욱이 상원씨가 찾는 형 삼대씨는 이미 지난 91년에 작고한터라 민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논산·천안=전성우기자 swchun@hk.co.kr
가족사진도 안찍다 타계
○…“형을 그리는 마음에 사진을 찍지 않으신 어머님께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북측 이산가족상봉단원인 오영재(64·시인)씨의 동생인 형재(62·서울시립대 전산통계학과 교수)씨는 50년만에 5남매중 둘째인 형을 만나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5년전 타계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형재씨는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영재와 함께 있지 않는 한 사진기 앞에 절대로 서지 않겠다’고 하셨다”며 “형 소식을 들으시면 저승에서도 기뻐 우실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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