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해도 너무한다’26일로 예정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후보간 헐뜯기로 점철되면서 각종 음해와 유언비어가 난무하는가 하면 담합과 줄서기 등 정치권을 뺨치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16일부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서울은 물론, 전북(선거일 20일)과 전남(31일)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과연 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선거가 이래도 되는가”라는 비판과 함께 “선거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행 실태 서울 지역 1만3,400여 학교운영위원들은 최근 여론조사기관을 빙자한 ‘전화선거운동’에 시달리고 있다. 강남 지역 김모 위원은 며칠 전 자칭 여론조사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십니까”등 기본적인 질문 몇 가지를 던진 뒤 “현 교육감이 교육위원회로부터 불신임을 당했는데도 투표하시겠습니까”라며 사실상 특정인을 비방하는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
사생활을 둘러싼 추문도 유인물 형태로 선거권자인 학운위원 개인은 물론, 초·중·고교에 뿌려져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후보에 대해서는 ‘부자(父子)가 모두 군대를 면제받았다’ ‘영종도 땅 투기로 돈을 번 파렴치한’ 등의 허위내용이, B후보에 대해서는 ‘10여년간 부하 여직원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고 외국 출장 가서 현지 유학생을 앞세워 섹스관광을 일삼은 호색한’이라는 등의 악선전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줄세우기와 이합집산을 둘러싼 루머도 많다. “모후보 진영에서 다른 후보진영에 ‘결선투표에서 나를 밀면 그쪽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겠다’며 격려금을 건넸다”는 주장 등이 나돌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치른다’는 규정 때문에 1차 투표 결과에 따라 매수와 줄서기식 이합집산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법선거운동에 관한 허위 제보·고발 공방도 뜨겁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제보와 신고가 쏟아지지만 확인해 보면 사실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라고 개탄했다.
개선책은 없나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 파행의 원인을 ‘폐쇄성’에서 찾고 있다. 연간 3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시교육감 자리지만 시민들은 누가 출마하는지조차 모르는 가운데 학운위원과 교육계의 행사로만 머물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진다는 것.
계명대 김태완(金兌完·교육학) 교수는 “현재의 선거방식 하에서 현직 후보는 타후보들의 담합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타후보들은 현직만 프리미엄을 갖는다고 주장한다”며 “후보자가 조종할 수 있는 유권자수 범위를 넘어서는 주민 전체 직선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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