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고갯길에서 일어난 수학여행 버스 참사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고다. 단순한 추돌사고로 어떻게 그 많은 꽃다운 목숨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나갈 수 있단 말인가. 악천후도 아닌 날 한낮에 어떻게 9대나 되는 차량이 추돌사고로 뒤엉킬 수 있으며, 그 정도 사고로 왜 7대의 차량에 불이 났는가. 경사와 굴곡이 심해 평소에도 사고가 많은 길이라지만, 안전거리를 지켰다면 사고는 일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에 젖은 우리 사회 운전문화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추돌후 도로를 막고 멈춰 선 차들이 일제히 맹렬한 화염에 휩싸여 폭발하는 비디오 화면은 극렬한 자동차 테러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경찰은 버스에 추돌당해 몇십㎙를 밀려간 승용차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보아 이 차량에서 흘러나온 연료가 인화돼 연소(延燒)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면충돌이나 추락 등 충격이 큰 사고에서도 발화는 드문 일이다. 추돌사고로 여러 대의 차량이 동시에 불길에 휩싸인 원인을 꼭 밝혀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게 해야 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사고 전부터 탱크에 구멍이 뚫려 가벼운 충격으로도 연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인화성과 폭발성이 강한 벤젠 시너 등을 섞은 불량 휘발유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 부품의 결함여부와 부정연료 사용혐의는 특별히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믿고싶지 않은 것은 음주운전 의혹이다. 부상학생들에 따르면 수학여행단을 태운 관광버스 운전사들의 점심식사 테이블에 소주병이 여러개 놓여 있었다 한다. 본인들은 강하게 부정하지만 술병을 본 학생이 한둘이 아니다. 경찰은 이 부분을 엄정히 수사해 사고원인과의 관련성을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관광버스 창유리가 두꺼운 통유리로 돼 있어 희생자가 많았다는 대목은 너무 애통하다. 창틀이 없어 문을 열지도 못하고, 유리가 두꺼워 잘 깨지지도 않았으니 불길속에 가두어둔 것과 다를 바 없다. 유리를 깰 망치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사고버스에는 아무 도구도 없었다.
무엇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안전수칙을 무시하는 운전문화다. 길이 굽고 비탈진 사고 현장에서 규정속도(시속 80㎞)와 안전거리를 지켰다면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교통사고는 법규 위반 운전자만 아니라 동승자와 인근 차량에 똑같은 피해를 준다. 어떤 질병이나 범죄보다도 예방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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