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국회 파행사태의 근본 원인이 국정현안의 처리 등 뒷감당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한나라당측의 ‘무리수’에 있다고 주장한다.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16일 “한나라당은 부정선거 시비 및 남북 정상회담 발목잡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같은 한나라당의 강경자세를 ‘내부수습용’ 및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했다.
국정조사 요구 등 한나라당이 4·13 총선에 대한 부정 공세에 목을 매는 것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선거사범 의원과 낙선한 원외지구당위원장 등 강경파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은 “국정주도권 상실 및 향후 대권경쟁 차질을 우려한 이총재 진영의 강박관념이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반박 논리이다.
민주당은 16일 있었던 여야 총무간 비공식 접촉에서도 돌파구를 못찾은 것은 “한나라당이 강력한 대여(對與)투쟁을 하고 있다는 내부적 명분찾기와 남북관계에서 계속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저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국회 파행에 대해 부담스런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급한 추경예산, 금융구조조정관련법, 정부조직법 등의 처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번 4·13 총선을 ‘3·15 부정선거’에 비유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한나라당에 대해 협상 여지를 두고 있지 않는 이유는 ‘남북관계 호전의 분위기 퇴색’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지만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경우, 정국이 싫든 좋든 부정선거 국면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파행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의 ‘도를 넘는 발언’때문에 빚어진 만큼 사태 수습을 위해서는 정의원이 먼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선사과, 후수습’입장을 고수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정의원의 사과와 더불어 ‘부정선거 국정조사의 수용’까지 수습조건으로 내거는 등 대여공세의 수위를 높여가는 분위기이다.
김기배(金杞培) 총장은 16일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야가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의원이 나서서 직접 사과를 한후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여 협상 채널인 정창화(鄭昌和) 총무도 이날 “우리 당의 두가지 요구에 대해 여당이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한다면, 선택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국회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면서 “민주당이 수세국면을 탈피하려고 맹목적 충성분자들을 동원, 우리 당 총재 흠집내기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김총장은 특히 “여야 영수가 약속한 약사법 개정안을 제외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나머지 법안 처리에는 절대로 응해줄 수 없다”면서 결의를 다졌다.
한나라당이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정의원의 돌출발언으로 여야간 대립전선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국정조사 카드’의 불씨를 더욱 지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공전이 장기화할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부담을 고려한듯, 내부적으로는 부정선거 주장에 목소리를 높이는 원외위원장들을 달래면서 한발 물러 설 수 있는 ‘퇴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편파수사와 관련한 법무부장관 해임결의안 표결처리 등이 그런 카드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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