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서 중국인으로, 위장결혼을 통해 다시 한국인으로.”16일 서울지검 외사부에 외국인투자촉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여모(43·여)씨는 원래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촉망받던 여성 실업가. 그러나 1994년 회사의 부도이후 엇나가면서 끝내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상실한 불법 여권브로커로 전락했다.
채권자들을 피해 1년간 중국 등을 전전하던 여씨는 신분세탁을 위해 95년 9월 여권브로커를 통해 ‘김지애’라는 이름으로 위조 중국여권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중국에서 여생을 마칠 생각이 없었던 여씨는 한국남자와의 결혼이라는 묘수에 착안, 곧바로 두번째 신분세탁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인이 된지 한달도 안된 그해 10월 여씨는 한국인 김모씨와 순전히 서류상으로 국제결혼하고 중국 당국에서 발급한 결혼증을 손에 쥐었다.
이제 한국으로의 귀국이 자유로워진 여씨는 김씨의 고향인 충남 아산에서 김지애 명의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새로운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여씨는 중국에서 넘쳐나던 한국으로의 불법입국 수요를 이용, 재중동포를 상대로 한 밀입국브로커로 나서 수완을 발휘하다 결국 법망에 걸려 들어 5년간의 ‘타인 생활’을 마감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상천외한 신분세탁 방법도 놀랍지만 그동안 주위의 어느 누구도 여씨의 과거를 몰랐다는 게 더 놀라웠다”고 혀를 찼다. 김씨는 검찰에서 오히려 “그렇게 감쪽같이 했는데 내 본명을 어떻게 알아냈느냐”고 의아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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