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첫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날인 14일 밤. 제헌절 제52주년 기념식이 열릴 국회 로텐다홀을 사이에 두고 여야는 서로 돌아 앉아 있었다. 여당은 본회의장에서, 야당은 맞은편 제2회의장에서 서로 ‘네탓’만을 외치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지리한 대치 끝에 이날 본회의는 자동 유회됐다. 한 중진의원은 “이렇게 하고서 어찌 제헌절을 맞을까”라고 넋두리를 했다.대치 상황은 15일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회 파행은 한나라당이 부정선거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소속 의원들은 보호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막가파식 언행을 일삼은 민주당이 16대 첫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화해의 조짐은 어느 곳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다.
16일에도 여야의 눈에는 핏발이 가시지 않았다. 여야 총무가 비공식 접촉을 했지만 ‘책임 떠넘기기’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지난 4월 ‘상생(相生)의 정치’를 다짐한 여야 영수회담은 일찌감치 없었던 일이 됐다.
국회의원들은 걸핏하면 “국회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 이라며 “입법부의 권위가 서야 한다”고 말한다. 백번 옳은 얘기이지만 국민들의 귀에는 우습게만 들린다. 지금의 우리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정쟁의 마당’이 돼 있는 까닭이다.
이제라도 여야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자신의 할 일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입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오늘은 국회가 주인이 되고 또 가장 기뻐해야 할 제헌절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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