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를 둘러싼 남한 내부의 남남갈등에 대한 우려가 일면서 이를 우리사회가 이념적으로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지역·정파간 편견없이 민족의 앞날을 생각해 멀리보고 차분하게 접근하자는게 각계인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與·野, 北정보공유 필요성 절감"
■ 김원길(민주당의원) 북한은 속도는 느리지만 국제사회 변화의 흐름을 분명히 타고 있다. 냉전적 사고에 시각을 고정시켜 왔던 우리 국민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충격적으로 성사되니 사고를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당장 할 일은 새로운 대북관계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인식과 시각이 합치 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통일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남남갈등’이 정상적 의사표출로 나오는 것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 다만 정략이 개입돼선 안된다. 야당은 과거의 시각에서 북한을 보고 있는것 같고 여당은 야당의 인식차이를 극복해 주기 보다는 ‘안타깝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회에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여야간 북한에 대한 정보공유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남남갈등을 완화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너무 의심도 안심도 말아야"
■ 김윤규(현대건설사장)
대부분의 국민은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남북문제의 해법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남북 화해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에서 비롯된 것 같다. 50년 간 서로 닫혀 있던 문이 너무 쉽게 열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분단 50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갑작스런 남북 정상회담이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을 대하면서 너무 안심해도 안되지만 너무 의심해서도 안된다. 특히 정치권이 남북문제를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 문제를 근시안적인 차원에서 보지 말고 장기적이고 대승적인 차원으로 봐주기를 바란다.
"北에 격앙보단 아량 필요할때"
■김명곤(국립극장장)
몇십년 간 남북이 서로 대립했기 때문에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놓고 우리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히다. 레드콤플렉스가 강하고 전쟁의 상처도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데, 그런 와중에 남북의 물꼬가 터지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기 위한 다양한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논리를 뛰어넘어 감정이 격앙되기 일쑤인데 논리적으로 차분히 짚어가야 한다. 남북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것도 많은데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격앙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북쪽이 뭐라고 했다고 해서 그때마다 발끈하는 것은 어른답지 못하다. 많이 양보하고 받아줘가면서 통일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가야지, 그 와중에 생기는 부작용이나 북쪽의 반응에 일일이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천천히 멀리보며 사회적 공감대를"
■최창화(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대통령이 방북할 때 야당 의원들도 많이 갔더라면 이번과 같은 문제로 크게 시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그래도 구조조정이니 뭐니 해서 우리 사회가 소란스러운데다 안정이 덜된 것도 작용한 듯 싶다.
북쪽에서 욕을 들었으니 야당이 화날 만도 하다. 북쪽도 인격을 모독하는 언사는 삼가야 한다. 여야 간 대화로 상호 이해를 넓혀야겠다. 여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각층, 서로 다른 의견 집단 간의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남북문제는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일인데 우리의 접근법은 좀 거친 듯하다. 당장 뭐가 이뤄질 것처럼 서두를 일이 아니다. 멀리 봐야 한다. 우리 나름의 신념으로 정신무장을 할 필요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정부는 野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김부겸(한나라당 의원)
이념 세대 계층 지역간에 깊은 갈등의 골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오랜 냉전 시대의 사고와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고 본다. 민족문제라고 하더라도 금방 국론통일을 이루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김대중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남북 정상회담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인식, 우리 사회내의 이견과 갈등을 설득·조정해 나가겠다는 당당하고 폭넓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내 정치에 지나치게 이용하려 한다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족문제는 결코 어느 정파의 성과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폄하하려 한다는 오해가 없도록 해야한다. 진정한 평화와 공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와 비판, 대안 제시를 아끼지 않는 대승적 자세를 보인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안정돼야 남북관계도 진전"
■박원순(참여연대 사무처장)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지금까지와는 또 다르게 남북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최근 일부 언론과 야당이 북의 비난성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이다. 특히 국회에서 정부·여당에 대해 ‘친북세력’ 운운한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첨예화시키는 발언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국내 정치상황의 안정 속에서만 가능하다. 정부·여당은 남북관계에 있어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야당도 건전한 비판은 멈추지 않되 극단적인 언어폭력은 자제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화와 토론을 통한 국론결집이 중요하다.
"화해 유지하며 안보도 강화를"
■ 모종린(연세대 국제대학원교수)
남북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북한의 의도에 대한 시각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과 이를 반대하는 ‘상호주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가정을 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도 자신있게 옳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이러한 입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견해를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남남갈등은 진보와 보수세력이 대립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 주도세력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남북 화해 분위기의 유지를 촉구하는 동시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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