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해 활발한 외교행보에 나서고 있다.계기는 남북정상회담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뛰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를 전후로 미국에 유일 패권국가 자리를 내준 지 10여년,
러시아는 '한반도 4자회담’에서 배제되고 '6자회담’등 다자간 대화체제 제의는 무시당하는 등 동북아에서의 입지가 갈수록 약화돼 왔다.
하지만 푸틴시대를 맞아 강한 러시아의 부흥을 꿈꾸는 이때, 한반도에서 불기 시작한 역학 변화는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는 호기(好機)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17일 중국 방문과 19일 북한 방문은 러시아의 '존재 증명’을 위한 다양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두 나라 모두 러시아 국가원수로서는 첫 방문이다.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중국에 선수를 빼앗긴 러시아로서는 뒤늦게 중국과의 균형을 회복하고 대미(對美) 전선에서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푸틴은 이번 방중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일정 지분을 과시하는 한편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반대를 위한 중국과의 공동전선을 구축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방북은 2월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평양방문과 4월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및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이미 분위기가 무르익어 왔다.
푸틴은 남북한 평화와 안정을 적극 지지하면서 북한과의 오랜 선린·우호관계를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푸틴이 만약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중지 약속을 얻어낸 뒤 곧바로 21일 주요8개국(G8)정상회담에 참석할 수만 있다면 최대의 외교적 성과를 올리게 된다.
이 경우 푸틴은 미국이 NMD구축의 빌미로 삼고 있는 '깡패국가’북한을 정상국가로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중재자가 되는 셈이다.
한반도와 동북아로 돌아온 러시아의 야심찬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푸틴은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담에에 앞서 9월초 일본을 공식방문할 예정이다.
이와관련 그는 12일 러시아 ORT_TV, 일본 NHK와 가진 회견에서 양국간 기존 합의에 입각,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장대한 동북아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는 또 9월 방일을 전후로 한국을 방문, 대 한반도 입지 굳히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13일 러시아 외무부가 한반도 통일 후 주한미군 주둔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미국에 대한 일종의 도전으로, 러시아가 모색중인 장래 한반도에서의 역할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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