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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베트남 25년만에 무역협정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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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베트남 25년만에 무역협정 체결

입력
200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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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베트남이 13일 역사적인 무역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종전 4반세기 만에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이뤘다.이 협정은 베트남에겐 명실상부한 시장경제에 들어선 것으로, 미국으로선 ‘잘못된 전쟁 개입’에 대한 역사적 업보를 청산한 의미가 있다.

베트남은 협정 서명으로 1980년대말 ‘도이 머이’를 선언한 이후 갈구해온 미국시장의 문을 열었다. 협정은 미국의 정상교역관계(NTR) 지위 부여와 직결돼 있다.

향후 미 의회의 승인을 거쳐 협정이 발효되면 베트남은 현행 평균 40%에 달하는 높은 관세 대신 평균 3% 미만의 관세만 물고 미국 시장에 들어가게 된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협정이 줄잡아 1,000억달러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내년초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한다는 복안이다.

거꾸로 이번 협정은 인구 8,000만의 베트남 시장이 세계에 개방되는 신호탄이다. 지금까지 이 협정 서명만 기다리던 서방국가들은 이제 신뢰감을 갖고 베트남 투자에 나설 태세이다.

그동안 선구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 놓고도 시장이 좁아 애로를 겪어온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을 근거로 한 미국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다. 향후 베트남은 협정에 따라 자유무역을 가로막고 있던 30여개의 법률과 규칙을 고치게 된다.

이번 협정이 4년여의 지리한 협상을 마감하고 마침내 타결된 데는 베트남의 경제난과 미국측의 전략적 계산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베트남 공산당은 시장개방 후의 통제력 상실을 우려, 협정 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국가 파산설까지 나돌 정도로 경제난이 심화한데다 최근 미 하원의 중국에 대한 항구적인 NTR 지위 부여에 자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미국은 패전(敗戰)의 강박관념 만으로 베트남을 고립시킬 명분이 사라진데다, 침체된 베트남이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베트남전 참전 반대 시위 전력이 있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임기만료전 자신이 1994년 착수한 관계정상화 작업을 마무리짓겠다고 의욕을 보인 것도 협정 체결에 도움이 됐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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