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국회 대정부질문의 첫 풍경을 지켜보면서 과거 국회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형식면에선 분명히 개선이 있었지만 알맹이에선 근본적 차이가 없었다는 게 지배적 평가이다.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어 사회·문화분야 현안을 다루는 것을 끝으로 나흘간의 대정부질문을 마감했다.
우선 대정부질문의 틀에서는 금년초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의원과 국무위원간의 ‘일문일답’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그전에는 본질문(각 20분), 보충질문(각 5분)을 모두 일괄질문·일괄답변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이번에는 일괄문답 방식의 본질문(각 15분)에 이어 의원별로 15분씩 일문일답 방식의 보충질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문일답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우선 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 별로 없었고, 국무위원들의 답변도 ‘원론’수준이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총선 부정 시비 등과 관련, 소속 정당에 유리한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 유도성 질문을 하는 데 치중했다.
하지만 장관들이 부하 직원들이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는 관행에서 탈피, 의원과 함께 토론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또 여야 의원과 총리·장관 등이 모두 공부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음도 보여줬다.
상당수 의원들이 당리당략적 질문으로 대정부질문을 ‘정치 선전장’으로 변질시킨 것은 ‘구태’라는 따가운 지적도 적지 않다.
여야 의원들은 총선 부정 및 남북관계를 소재로 막가파식의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386세대를 비롯한 초선의원들이 앞장서 대리전을 벌여 빈축을 샀다.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총선 부정 문제를 들고 나와 공세를 취하자 민주당은 즉각 야당의 부정 선거의혹 지역을 들먹이며 맞불작전을 폈다.
13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도중에는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의 ‘청와대는 친북세력’발언을 놓고 여야가 격렬한 공방끝에 정회사태를 빚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정부 질문을 통해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헌론과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개정문제가 공개적 토론의 장에 등장한 것은 의미있는 대목이다.
금융구조조정, 대북경협 및 통일방안, 의약분업, 노사관계, 국정난맥 및 개혁피로 현상 등 최근 우리사회의 최대 현안들이 한번 걸러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입력시간 2000/07/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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