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이 언론의 부정확한 비리의혹 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잇따라 이겼다. 비록 하급심 판결 또는 결정이지만 공직자의 명예와 권리,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뒤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검사들이 집단으로 언론상대 소송을 낸 것부터 전례없지만, 법원이 한결같이 검사 손을 들어 준 것은 심각하게 우려할 사태인 것이다.언론이 무책임한 비판보도로 공직자의 명예를 해치는 사례가 많음을 부인할 수 없다. 소송대상이 된 보도들도 오보(誤報)시비를 부를 소지가 있었다. 이런 보도로 직접 명예를 다친 검사가 있다면,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법원이 공직자의 명예와 언론자유에 대해 어떤 인식과 기준을 갖고 판결하느냐다. 우리는 법원이 서로 충돌하는 두가지 가치를 놓고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가를 주목하고, 또 회의한다.
언론자유와 명예훼손을 논할때 흔히 인용하는 미국의 예가 모두 전범(典範)이 될 수는 없다. 법과 언론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할 사회적 과제를 고려하더라도 법원의 태도는 수긍할 수 없는 면이 많다.
당장 제기되는 의문은 개인을 특정하지 않은 비리의혹 보도가 검사 집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법리나 상식에 비춰 타당한가 하는 것이다. 미국은 100명이 넘는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에 개별적 소송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관계없이, 법원이 판검사가 아닌 다른 직업군의 포괄적 비리보도에 개개인의 소송자격을 모두 인정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층 본질적 의문은 법원이 언론자유의 핵심인 공직비판권의 보호가치를 제대로 교량하고 있느냐다. 미국 헌법을 기초한 제임스 매디슨은 “정부와 공직자를 모함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이 공적문제를 자유로이 토론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법원이 언론의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인정하는데 엄격한 조건을 붙여 언론자유를 폭넓게 보장한 것도, 국민의 정부비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유명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사건에서 일부 대법관들은 아예 공직자 비판보도는 고의적 거짓까지도 명예훼손소송 대상에서 제외,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일반인과 공직자는 그 법적 지위와 책임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직자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 현실에서,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장치가 자칫 공직자를 과잉보호하고 언론과 국민의 공직 감시·비판권을 제약해서는 안된다. 언론자유가 제 가치를 누리려면 과오에 대한 관용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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