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악성 부채에 시달리면서 정부 지원을 통해 경영재건을 모색했던 일본 유수의 백화점업체 '소고’가 12일 도쿄(東京)지법에 민사 재생법 적용을 신청, 사실상 도산했다.소고백화점 전체 그룹의 부채는 약 1조8,700억엔에 달해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일본 사상 최대 규모로 금융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97년에 창업한 소고백화점은 한때 매출액이 1조엔을 넘어 업계 정상을 차지했으나 과도한 투자에 따른 거액의 부채에 업계의 구조적 불황이 겹치면서 몰락의 길을 걸은 끝에 2차대전 이후 대형백화점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산했다.
국내 28개 점포와 해외 14개 점포에 전체 종업원은 1만명에 달한다.
소고의 도산은 그 자체로도 일본 경제에 커다란 충격이지만 민간 기업의 경영 부실에 대한 정부 대응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방만한 경영으로 빚더미에 오른 소고는 올봄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채권단에 총액 6,300억엔의 채권 포기를 요청했다.
여기에는 신세이(新生)은행이 이어 받은 구일본장기신용은행의 부실 채권 2,000억엔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신세이은행 설립 당시 기존 대출을 지속시키기 위해 최종적인 채권 손실은 정부가 막아 주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신세이은행을 통해 채권 포기 요청이 들어 오자 일본 정부는 지난달 예금보험기구가 채권 전액을 인수, 이중 970억엔을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채권의 부분 포기가 소고의 경영 정상화로 이어지면 1,000억엔은 건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당시 일본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경영 부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데 대한 여론의 비판은 예상을 크게 넘었다. 또 경영 부실의 실태가 샅샅이 드러나면서 소고에대한 소비자들의 외면이 이어져 여름 특수조차 살리지 못해 부채만 늘어나는 결과를 빚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애초의 방침과 달리 소고에 민사재생법 적용 신청을 권고했고 소고는 이를 받아 들였다.
소고의 도산으로 국민 부담은 줄어 들지 않는다. 법적 정리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모두 1조2,200억엔의 채권이 허공에 뜨게 되며 이중 1,240억엔은 정부의 부담이다.
이래 저래 부담을 피할 수 없는 국민들만 '봉’이 된 셈이다.
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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