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의 ‘청와대 친북세력’발언에 대해 속으로 들끓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박준영 대변인은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만 말했을 뿐 더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남궁진 정무수석도 “참고 참고 또 참는 백인이 묘약”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이처럼 ‘노 코멘트’로 일관하면서도 “아무리 민주사회지만 지켜야할 룰과 예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소모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논쟁에 휘말려 ‘말꼬리 잡기’를 하는 것이 정치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의 논쟁이 정쟁에만 그치지 않고 천신만고 끝에 실마리를 만든 남북화해의 틀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야당의 상호주의 주장이 북한의 야당 총재 비난으로 돌아오고, 다시 야당의 격렬한 반발과 무분별한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형국을 보면서 “말 싸움이 집안 싸움이 될까 걱정이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북한에 강하게 대처하자니 남북화해의 흐름에 이상기류가 생길 수 있고, 야당의 공세에 정면 대응하자니 국론분열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적정한 수위의 봉합을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55년의 냉전사를 평화의 역사로 바꾸려면 진지하고 신중하게 가야한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왜곡된 정치풍토에 편승해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것은 훗날 부끄러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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