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로야구는 유례없는 홈런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고나면 선두가 뒤바뀌고 도망갈라 치면 이내 따라붙는다. 아무도 홈런왕을 드러내놓고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이승엽(삼성) 우즈(두산) 송지만(한화) 박경완(현대)이 올 시즌 프로야구판을 뜨겁게 달구며 홈런왕을 놓고 4파전을 벌이는 주역들이다. 이들의 모든 것을 비교해 본다.
/ 편집자주
■ 이승엽…초반부진 씻고 부채살타법 '맹위'
지난해 기념비적인 54호 홈런으로 단번에 국민타자로 우뚝섰다. 지난해 말 선수협파동을 겪으면서 적지않은 후유증을 앓았고 시즌 중반까지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5월 무려 15개의 홈런을 때린 이승엽은 올 5월에는 고작 7개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 해설위원들이 본 홈런경쟁
- 홈런 필수조건은 웨이트 트레이닝
투수들의 상대적인 견제강화가 또 하나의 원인이며 홈런왕으로서의 중압감으로 시즌 초반 조급하게 덤빈 것도 부진의 이유. 하지만 6월들어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선두에 오르면서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27호 홈런중 1, 2, 3구를 노려친 볼이 18개인데다 1회 홈런이 8개로 초반공략에 주력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밀어치기에도 능해 부챗살타법으로 골고루 공을 넘기는 것도 그를 홈런왕 0순위로 보는 이유다. 예상홈런수는 지난해보다 10개 모자란 44개.
■ 송지만…'기마자세' 안정감, 초구공략 감해
현대 박경완과 함께 의외의 홈런왕후보로 떠올랐다. 지난해 동계훈련때 엄청난 웨이트트레이닝이 주효, 배트에 파워가 실리면서 비거리가 늘어났다. 궁둥이를 뒤로 빼는 스타일을 고집했으나 히프를 집어넣은 기마자세로 변신, 타격에 안정감을 되찾은 것도 홈런타자 변신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1m78, 몸무게 78㎏의 다부진 몸집이지만 슬러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송지만은 96년 데뷔이후 20홈런 이상을 때려내기는 지난해(22개)가 처음. 지난 2일 홈런 두 방으로 단독선두에 오른 이후 홈런레이스를 선도하고 있다.
올 시즌 이 추세라면 거의 두배에 가까운 44개까지 때려낼 전망. 송지만 역시 초구공략 홈런이 무려 8개에 달할 정도로 초반승부에 뛰어나고 몸쪽 바깥쪽 공 모두 강해 투수견제가 먹혀들기 어려운 강점도 지니고 있다.
■ 박경완…'4연타석 홈런' 몰아치기 능해
홈런왕경쟁에서 주머니속의 송곳같은 존재다. 개인통산 시즌 최다홈런 기록이 22개(99년)일 정도로 홈런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올 시즌 불쑥 튀어나왔다. 기존 슬러거들조차 놀랄 정도로 펑펑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전형적인 풀히터로 몸쪽 공에 특히 강하다. 특히 몸쪽 높은 공은 좋은 먹이다. 올들어 타격 타이밍을 잡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월19일 한화전에서 프로야구사상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배트스피드보다는 손목힘을 이용한 타격을 한다. 그러나 약점도 없지 않다. 바깥쪽 슬라이더나 변화구에는 좀처럼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 투수들도 이런 점을 간파, 위기에서 바깥쪽 승부를 주로 한다. 26개의 홈런을 기록중인데 올 시즌 예상홈런수는 43개다.
■ 우 즈…"언제든 뒤집는다" 전형적 파워히터
용병들중 최고다. 국내에서 제일 큰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하면서도 98시즌 42개를 터뜨려 장종훈의 시즌최다홈런 기록(41·91년)을 갈아치운 괴력의 소유자. 4일 프로야구 역대 최소경기인 324게임만에 통산 100홈런에 도달했다.
경쟁자들중 제일 뒤처져 있지만 전형적인 파워히터로 언제든 뒤집기가 가능하다. 이승엽이 제일 두려워한다. 박경완과 마찬가지로 끌어당겨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몸쪽 직구는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선호한다.
어정쩡하게 던지다가는 큰 코 다친다. 아킬레스건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밀어서도 홈런을 쳐낼 수 있지만 수준급투수들이 던지는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속수무책이다. 4일 시즌 24호 대포를 쏘아올리고 침묵중인 우즈가 산술적으로 올 시즌 때려낼 수 있는 홈런수는 40개다.
■해설위원들이 본 홈런경쟁
자고 나면 바뀌는 홈런레이스. 전문가들은 과연 누구 편을 들까. 최후의 승자로 이승엽을 꼽지만 추격자들을 달리 지목, 눈길을 끌었다.
■ 백인천(SBS해설위원)
시즌초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한 이승엽이 27개를 쳤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의미가 있다. 송지만이 추격하고 있지만 투수견제나 갑작스레 찾아오는 슬럼프를 잘 견딜지 장담할 수 없다.
이승엽은 홈런레이스의 쓴맛과 단맛을 다 겪은 선수라 투수와의 수싸움에도 능하다. 우즈는 홈런킹 복귀를 노린 듯 스윙이 큰 게 흠이다. 43~44개가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이승엽 경험많아 유리"
"45개 전후에서 결판"
"시드니올림픽이 변수"
■ 허구연(MBC해설위원)
홈런레이스는 스트레스와의 전쟁과 다름없다. 지난해 아시아신기록에 도전했을 때의 압박감을 겪은 이승엽은 경험이 큰 재산이다. 박경완은 하위타순이어서 타격 기회자체가 드물다.
박재홍도 뒤를 받칠 만한 용병을 데려오지 않는 한 견제를 심하게 받을 수도 있다. 우즈는 잠실구장이 홈이어서 어렵지 않겠는가. 45개 전후에서 결판날 것 같다.
■ 하일성(KBS해설위원)
프랑코가 뒤를 받치고 있는 좌타자 이승엽이 가장 유리하다. 홈런왕경쟁 노하우까지 갖고 있어 추격을 뿌리칠 확률이 가장 높다.
박재홍은 40개의 도루에 드는 체력 탓에 홈런에 집중할 수 없다. 시드니올림픽은 우즈에게 도움이 될 것같다. 중단되면 체력비축이 가능하고 강행하면 10경기 이상을 벌 수 있다. 45~48개 사이에서 결정되지 않겠는가.
■홈런 필수조건은 웨이트 트레이닝
올 시즌 홈런왕경쟁은 여느 해와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내로라하는 슬러거들이 판을 쳤다. 올해는 송지만 박경완처럼 홈런에 관한 한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던 선수들이 기존의 홈런타자들을 위협한다.
이런 기현상의 이유를 웨이트트레이닝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초창기는 물론 90년대들어서도 웨이트트레이닝은 선수들에게 금기사항이었다. 근육을 불리면 야구선수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근거없는 속설이 퍼져 있었기 때문.
김동엽감독(전 MBC)은 생전에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백안시당했다. 프로선수들사이에서 웨이트트레이닝붐이 일기 시작한 때는 용병들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98년부터. 경기전후에 외국인선수들이 엄청난 양의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하자 국내선수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후 파워를 기르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웨이트트레이닝이라는 인식이 선수와 코칭스태프사이에서 확산됐다. 두산의 심정수나 한화의 송지만이 대표적인 케이스.
람보스타일의 근육질을 자랑하는 두 선수는 90년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워왔다. 박경완도 지난 시즌 종료후부터 재활차원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덕을 크게 보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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