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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취향 코믹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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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취향 코믹공포영화

입력
2000.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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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서 가수로 변신한 이정현. ‘바꿔’에 이은 ‘너’와 이집트 의상과 춤으로 10대들을 열광시키는 그녀에게 배우란 이제 어떤 의미일까.적어도, 어쩔 수 없이(계약에 묶여) 연기를 했다 해도 이제 그녀에게서는 첫 연기였던 ‘꽃잎’에서의 악착스러움이나 열정이 없어 보인다.

‘꽃잎’ 이후 TV드라마까지 하면서 연기자로 발돋움하려 애썼지만 역시 그보다는 강렬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비주얼 가수가 그녀의 주체할 수 없는 ‘끼’에 맞는가 보다.

냉정히 말해 조연보다 못한 연기가 아쉬운, 그녀에게는 세번째가 되는 ‘하피’는 공포 영화가 아니다.

시작할 때만 해도 그리스 신화에서 제목을 따온 ‘하피’(Harpy·죽은 사람의 영혼을 나르는 신)는 올 여름 첫 한국 공포 영화라고 선전했다.

고교 영화 동아리들이 찍으려 하는 공포 영화 내용대로 학생들이 잔혹하게 죽은 ‘스크림’류의 슬래서(난도질)무비.

그러나 뚜껑을 연 ‘하피’는 방향이 달랐다. ‘조용한 가족’을 연상시킬만큼 웃긴다.

스타 이정현을 내세웠으니 10대를 잡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영화인 만큼 잔혹한 장면이 나오면 그들의 관람이 불가능하기 때문. 그래서 다소 잔혹한 장면이 나오면 그것이 영화 속 영화 제작 과정이고, 영화의 소품이란 사실을 상기시켜 웃음으로 유도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적. 그 상업적 계산이 오히려 영화를 가볍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었다.

‘하피’가 웃기는 방식은 ‘넘버 3’와 ‘조용한 가족’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르다. 내레이터가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짧지만 위트 넘치게 설명한다.

과장된 효과음은 다분히 만화적인 발상이고 휴대폰으로 전화거는 소리를 다이얼 전화기를 돌리는 기계음으로 표현하거나 액션을 로보캅의 움직임으로 대치하는 방식은 키치적(촌스러운)이다.

그것이 성인들이 보기에는 영화를 장난 같이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10대들의 유머 감각을 자극한다.

이정현이 좋아하는 남학생 현우 역을 맡은 김래원, 이정현과 연적인 문제아 김꽃지의 연기도 능청스럽고 자연스럽다.

감독 라호범은 신인. 때론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지만 엉뚱한 발상으로 아이들을 웃기는 재주는 분명 그의 매력이다. 22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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