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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죽거나…' 감독·배우 류승환·승범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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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죽거나…' 감독·배우 류승환·승범 형제

입력
2000.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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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환호를 받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우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또 계속되면 불안하다. 그토록 열광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듯 열광만큼이나 비난을 퍼부을지도 모른다.지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15일 개봉)의 류승완 감독(27)이 딱 그런 기분이다. “진검 승부가 아니죠.

이번 영화는 4편의 단편을 모은 것이고, 이건 그냥 목검으로 연습한 것일 수도 있고…. 거칠지만 생동감 있다.

뭐 이런 부분에 점수를 후하게 주시고들 있는 것 같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만은 없죠. 이제 진검으로 승부해야죠.”

1973년생.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영화에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이어 단편 영화제 몇몇에서 수상했다. 그리고 첫 장편 영화 ‘죽거나 나쁘거나’는 시사회에서 평론가, 언론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렇게 막 뜨기 시작했는데 벌써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내공’이 좀 되는가.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이소룡, 주윤발, 성룡, 멜 깁슨 같은 액션 배우들 이름이 줄줄 나온다.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고 몇번씩 반복해서 보았다.

“속도감 있는 영화가 좋아요. 액션이나 코미디 같은 영화, 멋진 갱스터 무비가 아닌 밑바닥 건달 얘기, 웨스 크레이븐 같은 공포영화도.”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배운 고졸 감독. 학력 컴플렉스 때문에 폼잡는 대신 그는 철저히 재미있는 영화, 대중영화를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솔직함이 유머러스하면서 액션미가 살아있으며, 동시에 묵직한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한 ‘현대인’ 챕터에서 경찰 석훈의 역할이 꽤나 자연스러웠다고 말을 건넸더니 반응이 희한하다. “정말요, 와! 고맙습니다.” “액션 연기는 어땠나요?”

자기는 진짜 배우에 애착이 많다는 설명이다. 진짜 배우로서 한번 끝까지 가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 듯하다. 7년 전 시나리오를 쓰고, 3년에 걸쳐 제작을 하고, 감독, 무술 감독, 배우까지 겸했다. 현금으로 6,500만원, 현물지원까지 1억 2,5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갔다. 한 두명 빼고 대부분 공짜 출연이었다.

“화면에서 보기엔 동생 연기가 한결 나은 것 같다”며 동생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갸름한 얼굴의 류승범(20)은 영화에서 더 멋지다. 그는 네번째 챕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주연이다.

“야, 이 직업(건달) 정말 괜찮아. 한 몇 년 고생하고 나면 이런 가게 맡아 일 봐주는 관리직이야, 관리직.” 당초엔 ‘경비원’ 같은 대사로 처리돼 있었는데, 류승범이 애드립으로 바꾼 것이다.

대사의 절반이 넘는 욕을 ‘요즘’ 버전으로 바꾼 것도 류승범의 활약. (책)읽는 것이나 (선생님 말) 듣는 것을 싫어한다는 류승범은 영화에서의 자연스런, 그러나 눈에 띄는 연기 비결을 “그냥 나 같았어요”라고 말한다. 벌써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지만 “한번 출연한 것 같고 괜히 인생의 방향을 잘못 틀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아직 망설이고 있다.

가난한 감독과 DJ 출신의 동생. “폭력에 희생되는 이들에 대한 경고와 연민을 담고 싶어서” 영화를 만든 형이나 “약 먹는 미국 애들이나 따라하는 게 싫어 힙합이 싫다”는 동생이나 보기보단 꽤나 보수적이다. 건강해 보이는 두 사람. 큰 일을 낼 것 같은 형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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