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김영삼 전대통령의 만남은 두 사람의 관계가 적대적에서 우호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뜻한다.두 사람은 4·13 총선 후 처음 만난 셈이지만 상도동과 한나라당의 화해 분위기는 이미 오래전에 무르익기 시작했다. 이총재는 4월말 김전대통령의 방미때 당시 맹형규 비서실장을 공항에 내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섰고 6월 방중을 전후해서는 직접 전화까지 거는 등 화해의 물꼬를 트는 모습을 보였다.
2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오찬 회동의 분위기도 무척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이 당초 예상보다 30여분 이상 길어졌으며, 회동이 끝난 뒤 김전대통령은 이총재의 손을 꼭 잡고 대문까지 나와 이총재를 배웅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각종 정국 현안들에 대해 깊숙하게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철현 대변인은 “아무래도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았겠느냐”며 두 사람이 정치적인 교감도를 한껏 끌어올렸음을 내비쳤다.
이총재의 방문은 또 두 사람에 대한 북한의 망언이 터져나온 상황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던졌다.
권대변인은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와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총재의 상도동 방문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이총재는 김전대통령의 휴가(17~22일)전에 상도동을 찾으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하마트면 무산될 뻔 했다. 10일 당무위원에 임명된 박종웅 의원이 당시 이같은 총재실의 기류를 잘 몰랐던 듯 “한나라당이 김전대통령에게 적절한 예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무위원직을 받을 수 없다”고 걷어차버린 것.
이에 유보적 태도로 돌아섰던 이총재는 “김전대통령과의 관계를 확실히 해 둬야 한다”는 측근의 조언이 거듭되자 다시 마음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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