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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넘버2, 그들의 삶과 고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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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넘버2, 그들의 삶과 고뇌는?

입력
2000.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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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10월 1일 중국인민공화국 정부수립일. 중국 천안문 광장에는 이제 막 탄생한 국가의 6억 5,000만 국민을 대표해 수많은 붉은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역사속에 가려진 2인자들의 삶

1인자와의 이상적 협력 사례 제시

마오쩌둥(毛澤東) 의장은 특유의 강한 후난(湖南) 지방 억양으로 선언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됐다! 중국 인민들이 일어섰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마오쩌둥 의장의 반걸음 뒤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수상이 서 있는 것을.

1891년 영국에서 첫 출간된 탐정소설 ‘셜록 홈스’. 주인공 홈스는 예리한 관찰력과 천재적인 직감으로 막막하기만 했던 사건들의 실마리를 찾아내 독자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무려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광적인 팬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홈스의 인기. 하지만 팬들조차 홈스 곁에 항상 자리했던 닥터 왓슨은 무시했다.

과연 2인자의 신화는 없는가? CF 문구처럼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것일까? 단지 ‘넘버 3’보다 한 서열 위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일까?

미국 캠벨 부동산회사의 신탁이사이자 컬럼비아대 교수인 데이비드 히넌과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워렌 베니스가 역사 속에 가려진 2인자를 찾아내는 작업을 했다.

이들 눈에 비친, 수퍼스타의 부관이면서 동시에 협력이기도 했던, 그 2인자들의 삶과 고뇌는 어떠했을까? 그리고 1인자는 그들을 어떻게 자기 품으로 끌어들였으며 평생을 같이 했을까?

저자들은 먼저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선택한다. ‘은하계 최고의 갑부’라는 빌 게이츠가 회장으로 있는 세계적인 기업. 2인자는 게이츠가 1973년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처음 만난 친구이자 동료인 스티브 발머 사장. 이들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발머가 게이츠의 끈질긴 권유로 1980년 연봉 4만 달러에 MS사에 입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입사와 동시에 인력채용 담당자가 된 발머는 유능한 기술자들을 끌어들이는 일 외에도 시애틀사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QDOS를 헐값에 구입하는 일을 맡았다(이 운영체제가 바로 MS사를 세인에게 각인시킨 MS_DOS다).

발머는 또한 MS사가 인터넷 경쟁사인 넷스케이프사를 무자비하게 공격할 때 공격의 최선방에 섰다. ‘투사’로서 발머의 이미지가 얼마나 강했던지 사람들은 두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 ‘발머와 멍청이’라고.

하지만 저자들은 이들을 ‘리더와 2인자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보여준 최고의 사례로 꼽는다.

괴짜에다 내성적인 게이츠와, 사교적이면서도 다혈질인 발머가 만나 모든 일을 강력히 밀어부치는 바람에 오늘의 MS사를 일궈냈다는 것. 두 사람의 차이라면 발머가 자신의 미식축구팀을 승리로 이끄는 일이라면 물통 나르는 일까지도 좋아할 사람인 데 비해, 게이츠는 영원한 쿼터백이라는 분석까지 덧붙인다.

마오쩌둥의 그늘에 가려있던 저우언라이. 25년여 동안 마오쩌둥 주석의 정치적 동료로 활약하며 수상과 외무부장관을 역임한 저우언라이에 대한 이들의 극찬은 끝 간 데를 모른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마오쩌둥과,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저우언라이. 1930년대 초만 해도 저우언라이는 중국 공산당의 주요 당직을 맡으며 주목을 받고 있었고, 마오쩌둥은 그의 출세를 경외심과 질투의 눈길로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1934년 대장정을 계기로 저우언라이는 자신에게는 없는 지도자적 자질이 마오쩌둥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농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호소력과 그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그 해 군위원회에서 저우언라이는 이름없는 부하에 불과했던 마오쩌둥을 홍군사령관으로 추천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그는 이후 자청해서 2인자의 길을 걸었다.

저자들은 그를 ‘광기의 시대였던 1966~69년(문화혁명) 누구보다 질서와 합리성을 주장한 사람이자, 9개월 후 죽은 마오쩌둥보다 중국 인민들이 더 슬퍼한 위인’으로 평가했다.

이들의 ‘2인자 신화 만들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괴팍하고 외로웠던 홈스를 옆에서 보좌하며 다독거려줬던 동료 왓슨, 세계적인 금융기관 메릴 린치의 CEO 찰스 메릴을 오히려 컨트롤했던 윈스롭 스미스. 여기에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던 미국 부통령직을 복원시킨 앨버트 고어, 스카우트 제의에도 불구하고 스탠퍼드대 여자농구팀의 부감독 자리에 만족했던 에이미 터커까지.

그러면 이들은 왜 리더의 그늘에 가려있던 2인자들의 삶과 역경을 들춰냈는가? 이들의 의도는 오히려 책 곳곳에서 언급되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던 리더와 2인자들의 세계에서 찾아진다.

리더가 공식적인 2인자를 지명하지 않는 코카콜라, IBM, J.P.모건, 월트 디즈니. 특히 월트 디즈니의 회장 마이클 아이스너는 권력을 내켜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스튜디오 책임자인 제프리 카젠버그, 사장 마이클 오비츠 같은 유명인들은 디즈니를 떠났다. 결국 아이스너의 디즈니는 오직 한 사람의 수퍼스타만을 위한 회사였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 시대 리더들에게도 끊임없이 묻는다.

수퍼맨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가. 협력자와 영예를 나눌 수 있는가. 2인자를 중요하게 사는가. 반대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는가….

리더를 앞서게 하는 것은 결국 2인자이며, 모든 사람을 승자로 만드는 것은 바로 리더와 2인자의 협력자 정신이라는 것. 자칫 출세론에 불과할 수 있는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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