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동생, 삼성그룹 주가를 띄우려면 투명 경영을 해야 하네.”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손인 이재현씨(제일제당 부회장)가 오너인 제일투자신탁증권이 모그룹 삼성을 적나라하게 평가한 보고서를 내 증권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제일투신은 12일 ‘외국인의 삼성주 선호는 언제까지…’라는 보고서에서 “약세장에서도 삼성계열사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그룹을 높게 평가했다. 제일투신은 6월23일 현재 외국인 소유 상위 20개 종목(대주주 보유분 제외)중 삼성그룹이 5개나 포함된 반면 라이벌인 현대와 LG는 각각 2개와 3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제일투신은 삼성계열사의 이같은 약진을 ‘전자 3사’의 뛰어난 수익성, 투명한 경영, 우량 금융계열사의 존재로 설명했다. 제일투신은 특히 “삼성그룹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형제기업’이자, 위기에 빠진 새한그룹을 지원하지 않았던 것이 시장 신뢰를 얻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제일투신은 그러나 삼성의 미래에 대해서는 따끔한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제일투신은 “삼성그룹의 미래는 마냥 장밋빛이지 않으며, 그 열쇠는 그룹후계자인 재용씨가 쥐고 있다”며 삼성의 ‘아킬레스 건’을 찌르는 해석을 펼쳤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재용씨에게 4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을 놓고 벌어진 참여연대와 삼성그룹간 소송공방전을 근거로 들었다.
제일투신은 “비록 삼성이 승소했지만 삼성은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었으며, 이는 시장의 불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일투신은 또 “삼성에 대해 우호적인 외국인 투자자도 (삼성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면 가차없이 떠날 것”이라고 훈수했다.
이와함께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재용씨에게 인수시키려다가 실패한 사례를, 올해초 구본무회장등 대주주의 편법거래로 주가가 폭락했던 LG그룹과 연관시키며 삼성의 투명경영을 촉구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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