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 남북 정상들이 평양에서 얼굴을 맞댄뒤 한달간 한반도에서는 작지않은 변화가 진행됐다. 정상들이 논의하거나, 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한 사안 일부가 실천으로 이어 졌기 때문이다.여러 합의중에서도 6월 27일부터 4일간 진행된 금강산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진 것이 우선 눈에 띈다. 특히 양측은 공동선언에 명시되지 않은 면회소 설치문제에서도 합의를 이뤄 이산가족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이들 결과물처럼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의미가 심장한 성과는 양측간 적대감정을 누그러 뜨리는 조치들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남비방을 중지토록 지시한 이후 휴전선에서의 비방방송과 북한 매체의 대남비방이 사라졌다.
매년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 나타나 군사적 긴장을 조성했던 북측 꽃게잡이 어선들은 올해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북측은 백령도 앞바다에서 표류하다 북측해안으로 간 남측 어선을 다음날 되돌려보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측의 수순으로 미루어 군사 핫라인 설치문제도 원만히 풀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러한 북측 조치에 상응해 남측도 대북방송인 KBS 사회교육방송의 ‘노동당 간부에게’등의 프로그램을 폐지·개편했다.
특히 북한이 정상회담에서의 김국방위원장 발언과 궤를 함께하려는 듯 대미관계개선에도 의욕을 보이는 점도 주목된다.
김국방위원장이 지난달 말 재미 언론인 문명자씨와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내에 김용순 대남담당비서와 군인사를 미국으로 보내겠다”고 밝힌 대목은 김대통령에게 밝힌 대외관계 개선의지가 허언이 아님을 말해준다.
김국방위원장은 문씨와의 인터뷰에서 “김대통령은 공동선언을 확실하게 실천해나갈 의지와 성의를 갖고 있는 분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북측은 최고지도자가 최초로 서명한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에 관해 현재까지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남은 궁금증들
낮은단계 연방·당국회담 北입장 아직 정리안된듯
평양 정상회담이 끝난지 한달이 됐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시기 등 몇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
김국방위원장의 답방 시기에 관해 남북공동선언은‘적절한 시기’라고 못박고 있으며 박재규 통일부장관은 정상회담직후 “북한 고위인사 한두명의 서울방문후에 답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인해 연내성사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이를 잠재우려는 듯 김국방위원장은 지난달 말 재미 언론인 문명자씨와의 인터뷰에서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문제는 경호문제등을 감안해 공개를 꺼리고 있는 당국자들의 행보와 향후 당국회담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또 정상간 합의가 이뤄진 당국회담의 형식과 수순에 대한 북측 입장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장관급 회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등 분야별 회담을 진행할 지, 분야별회담을 곧장 추진할 지 여부가 베일에 싸여있다.
남측이 장관급 회담을 먼저 개최한다는 입장을 정리했음을 감안, 북측 입장을 유추 할수 있지만 아직 북측의 속내를 알수 없다.
아울러 공동선언에 등장한 신조어인 ‘낮은 단계의 연방’에 대해서도 북측 관영매체들이 ‘용어풀이’를 하지 않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북측내부에서도 이에 관한 논리를 정립중임을 나타내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국방위원장은 문씨와의 인터뷰에서 비전향 장기수문제와 관련“송환시기가 합의보다 늦어지고 있으나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공동선언을 둘러싼 해석문제가 향후에도 문제가 될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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