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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 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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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 열풍 왜?

입력
2000.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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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큰 머글(아둔한 속물)의 세계를 넘어 풍요로운 상상의 세계로’.해리 포터 시리즈가 세계적 화제다. 주요 외신은 8일 0시를 기해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발매된 이 책의 제4권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런던과 뉴욕 등 대도시 서점 앞에서 노숙하는 독자들이 줄을 이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120여개국서 3,500만부 팔려

광고공세·언론플레이도 한몫

1997년 영국에서 첫 권이 출간된 후 3권까지 나온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간 120여개 국에서 번역돼 3,500만 부가 팔렸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1월 이후 6권의 번역판이 75만부나 팔렸다. 최근 국내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몇만 부에도 못미치는 것을 보면 놀라운 현상이다.

왜일까. 책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우선 독자들은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꼽는다. “선은 권하고 악은 벌한다.

이것은 옛날옛적에로 시작하는 우리의 옛날 이야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마법사로 성장해 나가는 해리는 이미 인생의 단맛 쓴맛을 보기 시작한 어른들에게는 ‘허준’이기도 하고, 가상세계로 들어가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현실세계를 구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이기도 하다.”

성인 독자들은 “가끔 내 삶의 판단기준이 흐려질 때도 있다. 탐욕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머글의 세계에 대한 생선가시 같은 풍자는 나의 가치기준을 다시 생각케 했다”는 반응이다.

이런 주제를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 모험과 스릴 넘치는 구성에 담은 작가 조앤 롤링은 6세 된 딸의 어머니로 아이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그가 펼쳐보이는 세계는 “책의 내용을 줄줄 읽어나가기보다는 어느 정도 읽다가 책을 덮고 눈을 감고 다음 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상상한다”는, 컴퓨터게임과 영화를 통해 보편화한 아동문화와 상상력의 세계이다.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책으로 돌려놓은 작품’이라는 광고 컨셉은 거꾸로 해리 포터 시리즈가 가진 이 디지털 시대의 상상력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형성된 정서적 공감대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점들이 해리 포터의 성공 요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계산에 바탕한 상업적 전략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 출판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해리 포터의 성공은 ‘국제적 화제작에 대한 눈치보기의 극치’라고도 비판했다.

외신이 먼저 떠들고, 국내 언론은 책 번역을 전후해 기사 쓰고, 출판사의 대대적 광고공세에 이어, 또 잘 팔린다고 언론플레이하는 치밀한 홍보전략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때때로 읽기에 거슬리는 번역의 문체나, 이만한 화제작에 대한 정밀한 비판적 분석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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