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더위를 먹었는지 정치권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차기대권 후보군에 있는 집권당의 유력 정치인이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 초청 받도록 해달라고 외교통상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가 나돌고, 야당출신 상임위원장이 민감한 법안을 심의하면서 사회권을 여당 간사에게 넘겨주고 자리를 비웠다는 얘기도 전해진다.더 해괴한 일은 국무총리를 총재로 두고있는 자민련이 정부가 제출한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한 것이다. 자기모순이고 자가당착이다. 그럼에도 자민련은 국회가 원내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은데 대한 항의표시로 표결에 불참했노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심술에 지나지 않는다. 앞뒤 맞지않는 막무가내식 심술이다. 그럴양이면 자민련은 애초부터 총리를 맡지 말았어야 한다. 현재 자민련의 총재는 총리직을, 총재권한대행은 국회 부의장직을, 사무총장은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맡고 있는데, 이것도 여지없는 눈총의 대상이다.
과거의 정치인들은 정치활동의 겉치레 과시를 위해 미국 조야와의 관계를 내세우는 경향이 많았다. 미국의 유력한 정치지도자들과의 짧은 만남을 부풀려 포장하는 경우도 그런 유형이다. 이번에 이인제씨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려 한 것에 대해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쉽게 이해가 가지않는 대목은 있다.
외교통상부는 협조요청은 받았으나 압력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앞뒤 정황상 단순한 협조요청은 아니었을 개연성은 높다. 어거지로 초청을 받아, 공연히 가며 오며 김포공항에 사람들 몰려 나오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아직도 이런 유형의 정치인이 있다면,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재경위가 심의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법안은 금융계 파업사태와 직결되는 최대 쟁점 법안이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법안을 다루는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금융계 파업을 하루 앞둔 날 사회를 보다가 갑자기 사회권을 여당의원에게 넘겨주고 자리를 비우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다. 이를두고 정치권에 여러 석연찮은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선거 때 해당 상임위원장의 회계책임자가 금품살포 혐의로 구속된 것과 이번의 일이 관련이 있지않나 하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정치권에서 더이상 더위 먹은듯한 몽롱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