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신동”. 그의 ‘에쿠우스’는 사회 현상이었다.강태기(51)가 버전 업된 연극‘돈태기’로, 26년 전 이어령 이화여대교수(당시)가 보냈던 찬사를 재현하러 나선다.
1975년 ‘에쿠우스’의 청년 앨런에서, 2000년 한국 사회의 낙오자들까지. 세월은 청년의 광기를 이제 체념으로 삭였는가.
1인 5역. 하나같이 돈에 한 맺힌 사람들이다. 환경미화원, 실업자, 강도, 광인은 물론 창녀까지. 그의 몸을 빌어 빈익빈 부익부의 세상에 한탄과 저주를 퍼붓는다.
분위기에 따라 ‘삐다리 장사 왕서방’도, 도리도리 춤의 테크노도 불러 제낀다. 이름하여, 버라이어티 블랙코미디 모노드라마.
50줄 들어 첫 모노드라마라니, 보통 기백은 아니다. 1시간 20분 동안을 혼자 버텨야 한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23년 약속의 결실인지라, 한판 멋지게 해 보일 작정이다.
예컨대 창녀 대목에서는 가운 팬티 브래지어 등 완전 여성 속옷 차림이다.
1978년 고교 동창생 작가 최송림이 자신을 위해 썼던 작품. 그러나 이번 무대가 있기까지, 네 차례의 실습이 필요했다.
1990년 부산, 93년 천안_안성_캐나다 밴쿠버 교포 공연. 모두 서울 밖이었다. ‘도쿄에서 온 형사’,‘천상 시인의 노래’ 등 최근 그가 출연했던 작품이 서울 안이었던 것과 정반대다.
그러나 역시 그는 아직도 ‘에쿠우스’의 제 1대 앨런으로 기억된다. 150석 실험극장에서 1만명 돌파, 3개월치 예약 완료. 하루도 쉴 틈 없었던 날들이었다.
매일 10시간 이상 연출자 김영렬씨와 3개월 연습실을 달구던 그때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리고 3개월을 넘기던 날, 1막 뒤 졸도. 그러나 막간 10분사이 인근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 2시간 20분을 모두 채웠던, 순수의 시대.
송승환_최민식_최재성의 앨런이 있기 전, 그의 ‘에쿠우스’는 군부 독재의 성질을 건드렸다. 앨런이 질과 마굿간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그의 삼각팬티 차림은 1달 동안의 상연 정지라는,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처분을 되돌려 받았다.
요즘 그는 다른 데로 뺏겨버린 연극 관객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불러들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러나 11일부터 어느덧 공연, 생각에 골몰할 틈이 없다.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월~금 오후 7시 30분, 수 오후 2시 7시 30분, 토·일 오후 3시30분 6시30분. (02)766_8889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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