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란은 없었다. 사상 초유의 금융파업사태가 벌어졌던 11일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당초 우려에도 불구, 금융시장과 일선창구는 오히려 한산한 모습이었다.■ 금융시장
채권·외환시장은 웃었고 주식시장은 웃다 우는 희비의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전날과 같은 연 9.15%선에서 거래됐고 환율은 오히려 2원 정도 낮은 달러당 1,115원대를 유지했다. 우려했던 환율과 금리의 급등현상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채권·외환시장이 파업의 파장을 완전히 비껴간 것은 아니었다. 정상적 거래속에 금리·환율이 안정된 것이 아니라 파업여파로 채권 및 외환거래가 극심한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가격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간간이 호가는 있었지만 파업은행을 중심으로 외환·채권거래 창구는 ‘개점휴업’상태였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네고물량이 적은 월중(月中)인데다 대부분 기업들이 파업을 앞두고 미리 수출입결제를 앞당겨 완료했기 때문에 거래는 한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채권거래 역시 ‘관망’이 대세를 이루며 소액거래만 눈에 띌 뿐이었다.
일선창구 또한 각 은행들이 지난주말부터 거래업체에 “전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신용장개설, 수출입선적서류, 대출, 당좌등 업무는 이미 앞당겨 거래해달라”고 요청한 탓에 ‘사람손’이 필요한 창구는 오히려 더 한산했다.
반면 대세상승장세를 타고 있는 주식시장은 ‘파업’의 무풍지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한빛 조흥 외환등 파업주도 은행주식은 이날 장중한 때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파업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속에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시장에 팽배해 있었다”며 “만약 파업사태가 실제로 장기화했더라면 2~3일후부터는 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올 뻔했다”고 말했다.
■ 시장전망
금융시장 최대불안요인이었던 ‘파업’악재가 제거된 만큼 금리의 하향안정세와 주식시장 활황기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관건은 시장에 의한 우량·부실은행간 차별화와 이로 인한 자금이동. 은행권 관계자는 “갑작스런 대량자금이동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파업을 계기로 나타난 은행간 차별화가 현저해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금융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며 “자금이동속도가 빨라질 경우 상당한 시장교란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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