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을 둘러싼 금융노조와 정부당국과의 협상이 은행총파업 첫날 가까스로 타결, 다행스럽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 과정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질문 하나. 과연 시간은 누구의 편이었을까.노조측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금융기능 마비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했다. 밤샘 줄다리기 협상을 거듭하다 노조측이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에 나선 11일 오전4시30분께. 이용득(李龍得)금융노조위원장은 회의장을 나선 직후 “정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진짜 무서운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며 서둘러 총파업 집결지인 연세대로 향했다.
정부는 반대로 시간이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외환·제주은행 등이 잇따라 영업장 복귀를 선언하는 것을 느긋이 지켜보면서 “궁지에 몰린 것은 정부가 아니라 노조”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김영재(金瑛才)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은 “노조는 투쟁의 상대가 정부나 사용자가 아니라 시장이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잇단 대오이탈이 이를 명백히 입증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측은 협상타결 이후에도 여전히 아전인수 격으로 “역시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고 되뇌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단지 국민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잡았을 뿐. 금융노조는 총파업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패배감만을 안겨주지는 않았는지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이영태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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