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11일 총파업에 돌입한 지 하루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정부 협상안 을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노조원들이 소속은행의 예금이탈→부실→시장퇴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 근무지로 대거 복귀했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낮은 파업참여율이 금융노조 지도부의 심리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쟁점인 금융지주회사법이 조흥, 한빛 등 몇몇 은행의 이해와 직결된 것이라는 점도 노조원들의 이탈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속속 복귀한 노조원들 11일 오전 9시 파업이 본격 시작될 때만 해도 노조측은 4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낙관했으나 막상 은행원들은 연세대가 아닌 본인의 일터로 향했다.
오전 10시 금감위가 집계한 파업 참가 인원은 1만5,000여명. 전체 조합원(8만3,000여명)의 18%선에 불과했다.
더욱이 기업은행 노조가 오전 8시께 돌연 파업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파업 트로이카(조흥, 한빛, 외환) 중 하나로 꼽히던 외환은행 노조가 오전 11시55분께 ‘파업 철회’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외환은행 박찬일(朴贊日)노조위원장은 “은행의 발전과 조기 경영정상화에 동참하고 고객과 국민들에게 어떤 이유로든 불편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판단, 파업을 철회한다”며 조합원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다. 이 선언은 각 은행 노조원을 현장으로 이끈 결정적 동인(動因)으로 작용했다.
17개기관 파업 불참 파업참여를 선언했던 22개 기관 가운데 17개 기관이 사실상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파업불참으로 분류된 기관은 신한 한미 하나 수출입 제일 평화 기업 주택 외환은행과 농협 수협 은행연합회 신용보증기금 기술신보 자산관리공사 금융연수원 등. 국민은행도 뒤늦게 파업 불참 대열에 합류했다.
산업은행 역시 파업참여율이 7%선에 불과했다. 파업을 주도했던 한빛·조흥은행의 경우 노조원 출근율이 각각 45.1%, 55%에 달해 대부분 지점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금융노조측은 “정부의 사법처리 엄포에다 은행들의 조직적인 포섭, 인사상 불이익 협박 등 때문에 노조원들이 근무지에 잇따라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계의 한 인사는 “앞으로 실익이 더 있다면 몰라도 별로 명분도 없는 싸움에서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자신의 은행만 피해를 입을 파업에 참여할 가치를 느끼지 않아 노조원들이 현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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