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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업 다국적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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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업 다국적화 가속"

입력
2000.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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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이 ‘다(多) 국적화’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높아지고, 해외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첨단 우량 기업의 경우 본사가 한국에 있다는 점을 빼면 외국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제화돼 있다.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와 고객의 수준에 맞춰 경영하는 선진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부 유출과 경제 종속을 우려하기도 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중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말 21.4%에서 7월 현재 30%를 넘어섰다. 거칠게 말해 우리 기업의 3분의1이 외국인 소유라는 말이다. 6개월사이에 외국인 지분이 10% 포인트 가량 늘어난 것도 기록적인 것이다.

10대 그룹 계열사만 보더라도 외국인 지분 증가는 괄목할 만하다. 현대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말 11.4%에서 6월말 현재 34.2%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도 50%를 밑돌던 외국인 지분율이 56.5%에 이르고 있다. 현대그룹의 현대강관은 지난해말 0.4%이던 외국인 지분이 1억6,000만달러의 외자유치로 6월말 현재 41.3%로 폭증했다.

또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53.6%에 달하는 등 우량 금융기관의 외국인 지분율도 상당히 높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 이사는 “IMF이후 상당수 우량기업의 지분중 절반 가량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외국인 지분 확대는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 외자유치에 따른 것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매출도 해외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 32조877억원중 해외 현지법인 생산분과 수출분을 합한 것이 22조3,658억원에 이른다. 전체 전체 매출의 69.7%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중 81%인 7조1,000억원어치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이런 소유·매출 구조 때문에 시민단체의 경제 민주화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모 대기업은 본사를 외국에 옮기는 것이 차라리 속편하겠다고 푸념하기도 하다.

국내 기업의 다국적화가 초래한 가장 큰 변화는 주주 중시의 경영풍토 정착이다. IMF 이전에 경영평가 항목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은 추방되고 그 자리를 자기자본수익률(ROE), 경제적 부가가치(EVA) 같은 수익성 지표들이 차지했다.

권리의식이 강한 외국인 주주들의 압력으로 분기 보고서 제출 등 경영 투명성도 한층 강화됐다. 기업들이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를 빈번히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앞선 기업들의 경우 선진적 경영관행이 상당부분 자리잡고 있다”며 “다국적화한 우량 대기업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이나 정부 정책이 그에 걸맞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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