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폐허속에서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일궜던 재벌, 특히 5대 재벌중 생존해 있는 3대 재벌 창업주의 3인 3색 행보가 눈길을 끈다.우선 5월말 ‘정씨 3부자 동반퇴진’을 선언한 정주영(鄭周永·85) 전현대명예회장은 고향 통천이 아직도 눈에 선한 듯 대북경협사업에 관한 한 여전히 ‘현역’이다. 정 전명예회장은 지난달 28일 북한을 방문, 금강산 관광 사업과 서해안 공단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김용순(金容淳)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과 만나는 등 남북 경협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파문에서 보듯 내부 갈등과 복잡한 지분구조에 대해 유유부단한 태도를 보여 “예전의 ‘왕회장’과는 다르다”는 평도 나온다.
구자경(具滋暻·75) LG명예회장은 95년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은퇴, 자연을 벗삼아 살다가 최근엔 버섯에 심취해 있다. 그는 얼마전 충남 성환의 연암축산원예전문대학에 15평짜리 개인 연구실을 마련, 온도 수분 측정 기자재 등까지 갖춰놓고 버섯 종균을 연구중이다. LG 관계자는 “명예회장은 은퇴후 경영에는 완전히 손을 뗀 채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살고 있다”며 “공식직책은 LG 연암문화재단 이사장과 LG 복지재단 대표이사 정도”라고 말했다.
김우중(金宇中·64) 전대우회장은 대우그룹 몰락후 신병치료를 이유로 유럽으로 떠난지만 이후 그의 행적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외 유령계좌를 통한 거액의 불법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사정당국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는 그는 최악의 경우 조국땅을 밟기어려울 것이라는 흉흉한 관측도 있다. 최근엔 김전회장을 중국에서 목격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5대 재벌 창업주중 나머지 이병철(李秉喆) 삼성창업주와 최종현(崔鍾賢) 선경회장은 뉴밀레니엄 이전에 작고했고, 이회장과 최회장의 2세들은 각각 전자와 정보통신에서 승승장구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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