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24시간이었다. 은행 총파업 예정일을 하루앞둔 10일 금융산업노조와 정부는 “파업을 강행하겠다”“파업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맞서며 가까스로 3차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11일 새벽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팽팽했던 파업전야 “다시는 대화하지 않겠다”던 금융노조는 “진전된 안을 준비했다”는 정부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날 오후10시 은행회관 14층 회의실에서 파업을 앞둔 마지막 협상에 돌입했다.
예정시간보다 30여분 늦게 시작된 3차 협상에서 양측은 처음 원칙론을 개진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으나 ‘사상 최초의 금융파업’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듯, 접점모색에 나서기 시작했다.
양측은 마침내 정부측에서 이종구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이우철 금감위 행정실장, 노조측은 윤태수 홍보분과위원장과 하익준 정책국장 등 4명으로 구성된 실무소위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이들 4명은 협상장 옆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밤샘 막판절충을 벌였다.
이에 따라 11일 0시를 기해 시작될 예정이었던 파업은 일단 보류됐다. 노조관계자는 “파업지침상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파업개시는 연기된다”며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파업은 공식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10일 영업시간이 끝난 오후 7시께부터 각 은행 본점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뒤 연세대에서 3만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파업전야행사를 벌였다. 명동성당에는 집행부와 전산 및 어음교환 요원 3,000여명이 집결, 파업결의를 다졌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전야행사에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집결할 경우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다고 판단, 시시각각 파업참여 인원을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이에앞서 은행과 노조측은 파업참여 여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펴며 실랑이를 벌였다. 주택은행이 전국 모든 점포에 ‘파업불참 안내문’을 게시한데 이어, 한빛·조흥·외환·서울·산업은행 등은 ‘본점 직원 정상영업 결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노조측은 “몇몇 직원들만 모아놓고 행사를 가진 것을 은행측이 왜곡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합원들이 이에 격분해 파업열기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좁혀진 쟁점 협상의 쟁점은 관치금융 청산을 위한 특별법 제정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 관치로 인한 은행 부실 정부 책임 등 크게 3가지. 정부는 일단 은행 부실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 이미 지난 6월말 은행별 잠재부실을 공개토록 한 뒤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관치금융 철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국민 선언’ 등의 형식으로 향후 관치금융 관행을 없애겠다는 공개적으로 약속할 수는 있다는 타협안을 제시, 노조측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문서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해서도 시행시기를 6개월 가량 연기할 수 있다는 양보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야당측이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타협에 의한 해결책 모색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는 또 예금자보호한도 축소시기 연기를 주장하는 노조측에 보호한도를 2,000만원보다 다소 높일 수 있다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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