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건 서울시장은 지난 3일 조간신문을 펼쳐보곤 감짝 놀랐다. 시장실에는 보고 한마디없이 조간신문에 이날 마포대교를 개통한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기 때문이다.이뿐이 아니다. 고시장은 1년전 서울시내 환경을 망치고 있는 먼지 저감대책을 세우라고 특별지시했지만, 관련부서에서는 아직까지 일언반구 반응조차 없다.
서울시가 ‘시장 따로, 간부들 따로’ 놀고 있다. 시장의 영(令)이 안서고 간부들과 관련부서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 이같은 ‘복지부동 행정’의 피해자는 결국 시민들이기 때문에 근원적인 치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시장의 분노 고 시장은 간부들의 무책임을 참다 못해 10일 열린 서울시 정례간부회의에서 불호령을 내렸다.
김승규 환경관리실장의 살수차 보고를 받은 고시장은 “1년전 먼지 저감대책을 세워 추진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됐느냐”고 캐물었다. 김실장이 도로변 물청소를 주 2회에서 3회로 늘렸다고 궁색한 답변을 하자, 고시장은 “실제로 먼지가 줄었는지 측정해 본 적은 있느냐”며 “1년이 넘었는데도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질책했다.
최재범 건설안전관리본부장의 보고에 이르러 고시장의 언성은 더욱 높아졌다. 최근 마포대교 확장교량 재개통 및 교통혼잡 문제가 시장에겐 아예 보고도 안됐기 때문. 지난해 청담대교를 개통할 당시엔 고시장이 직접 나가 예행연습 등을 점검, 시민들 혼란을 막았었다.
고시장은 “한 번 그렇게 했으면 다른 다리를 개통할 때에는 시장이 안 나가더라도 똑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 마포대교에 대해서는 한마디 보고도 없느냐”고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곳곳 무책임행정 시장은 ‘왕따’당하고 간부들은 자리보전에만 급급하는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원내 연못 수질관리 대책’ 등은 고시장이 지난해 지시한 사항이지만 개선실적이 전혀 없자 최근 부시장이 다시 특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불법 광고물 대책’도 벌써 10차례 이상 시장과 부시장의 지시가 있었지만 여전히 나아지는 것이 없다.
시 관계자는 “부서별로 성과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업무추진을 독려하고 흐트러진 복무기강도 확립해가겠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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