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파업’이란 말이 생겼다. 의사들의 집단폐업에 이어 호텔 노조 파업현장에 투입된 공권력의 과잉진압 시비로 시끄럽던 끝에, 금융노조의 파업위협이 온 나라를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자 ‘국민노릇’을 보이콧해서라도 파업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시민적 소망이 이런 말로 표출됐다. 게다가 연일 불볕더위가 가중되면서 “왜 좋은 철 놔두고 한여름 파업전쟁이냐”고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총이 금융노조를 편들어 동정파업을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꺼진 줄 알았던 의약분쟁의 불길도 되살아 나고 있다. 국민파업론이 괜한 짜증만은 아니다.한국노총은 금융노조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11일부터 철도 전력 노조원 2만여명이 집회투쟁을 벌이고, 광산노조 근로복지공단노조 외에 일부 제조업 노조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억눌렸던 근로자들의 욕구가 일시에 분출됐던 80년대 후반 노사분규 악몽이 떠올라 불안하기 만하다.
의약분업 분쟁으로 인한 의사들의 집단폐업 때도 그랬지만,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거나 이익집단의 의견제시 방법이 이래서는 안된다. 노조가 정책문제를 들고나와 파업을 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에 앞서, ‘사’측이 아닌 은행의 고객인 국민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투쟁방식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 고객의 불편을 볼모로 한 투쟁은 아무리 불가피하고 명분이 있어도 결국 고객의 외면을 받아 사업장의 존립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업권분쟁의 재연조짐도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조용하던 약업계까지 분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의협과 정면으로 마주 달리기 시작했다. 9일 의·약 두 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어 각자의 업권 지키기를 결의한 데 이어, 10일부터는 여러 병원이 원외처방전만 발급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자극했다.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유보기간으로 설정한 기간에 ‘한번 불편을 겪어보라’는 듯한 처사는 의료소비자들에 대한 또한번의 횡포다.
정부는 철저히 원칙을 지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 실추된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의사들의 집단폐업에 미지근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나머지 호텔 노사분규에 필요 이상 강경대응한 것이 오늘처럼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시정의 쑥덕거림이 근거없는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일관되고 결연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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