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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소식'출판인5인 문학좌담/순수문학 침체는 상상력 부재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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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소식'출판인5인 문학좌담/순수문학 침체는 상상력 부재탓

입력
200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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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작가들의 상상력이 매뉴얼(Manual)화하고 있다는 점이다.”국내의 내로라하는 젊은 출판 전문가들이 올해 상반기의 출판계를 정리하면서 좌담을 가졌다.

김학원 도서출판 푸른숲 주간, 이권우 출판저널 편집장, 장은수 민음사 편집장(문학평론가), 정은숙 전 열림원 주간(시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자타가 공인하는 최근 한국출판계의 간판인 이들은 출판동향지인 격주간 ‘송인소식’35호가 마련한 좌담회에서 이틀간 원고지 600매에 달하는 마라톤 대담을 가졌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에 출간된 출판계의 화제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갈수록 심해지는 출판불황의 원인을 짚어보고, 디지털 환경 하에서 변화하는 출판의 전망과 비전을 이야기했다.

이 대담에서 참가자들은 최근 한국문학의 침체도 다루며 그 문학내·외적 요인들을 진단했다.

한기호 소장은 우선 대중소설 ‘가시고기’가 40만부나 팔려나간 반면 황석영씨의 ‘오래된 정원’, 이문열씨의 ‘아가’, 신경숙씨의 ‘딸기밭’등이 작가의 명성이나 언론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판매 부진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른바 순문학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정은숙씨는 이에 대해 “대중소설들이 값싼 감상과 결합해서 손쉬운 화해, 거짓된 위안만을 준다면, 그리고 그 당의정만을 순간 달다고 받아먹는다면 정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1980년대 문학이 가졌던 힘을 2000년대 문학이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거론하며 “지금은 문학에 관심이 있다고 중고교생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라고 들었다.

논술 시험만 해도 족집게다 해서 아예 글 읽고 쓰는 재미를 앗아가 버렸다”며 시대 분위기에 회의를 표했다.

장은수씨는 “문학서 시장을 크게 약화시킨 건 작가의 책임이 크다”고 단정했다. 그는 “최근 한국문학은 1970년대에서 90년대 초에 개발된 상상력의 전략을 반복하고 있을뿐 새로운 상상력의 전략이 출현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천편일률적인 시대·세태소설, 저질 불륜소설을 페미니즘으로 포장한다든지, 고백할 내면이 고갈된 상태에서 자동으로 쏟아내는 사소설, 어른의 웅숭깊은 내면을 유아화하는 동화 스타일의 우화소설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상력의 고식화는 새로운 독자층, 변화한 독자층을 문학시장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며, 오히려 만화처럼 새롭게 매뉴얼을 진화시켜 나가는 대중문학이 상대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권우씨도 “문학이 어느 시대나 상황에서건 문학으로서 발언을 하게 되는것은 대중과의 의도적인 불화(不和)를 자처하고 반성과 변혁을 이야기하기 때문인데, 오늘날 우리 작가들은 오히려 대중을 쫓아 환상과 위안만을 주려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작가들이 본연의 문학정신으로 돌아가는 것과 함께, 최근 문화의 특징인 퓨전(혼합)의 능력을 길러 SF 무협지 판타지 등 대중소설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형상화하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장은수씨는 “작가들이 의식이 없다, 단순히 대중에게 추수하고 있다기보다는 반성의 방식이 매뉴얼화돼 작품을 읽어도 심각한 감동이 없다는 점, 일본이나 미국문학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다양성에 비해 우리 작가들의 글쓰기 방식이 크게 차별화되지 못한 점이 지적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학원씨도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출판 분야에서 문학만큼 혜택받아온 분야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광고를 해주느냐 못해주느냐 이것이 편집자의 고민”이라며 “작가들도 그렇고 편집자나 출판사들도 그렇고, 대한민국 작가들을 모두 스타로 만들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스타작가 현상을 꼬집었다.

그는 모두가 스타작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마니아를 가진, 꾸준한 인내와 시도를 하는 작가층이 나와야 한다고 기대했다.

이처럼 참가자들은 문학시장 침체의 이유로 작가의 책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문학에 직접 종사하고 있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이번 대담은 문학출판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을만하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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