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문제가 ‘현대자동차의 소그룹 분리문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현대자동차 지분을 계열분리 요건인 3% 이하로 줄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강경한 요구에, 현대그룹은 ‘역계열분리’라는 방법을 제시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하루만에 여론과 정부의 질타에 밀려 이를 취소하였다가, 그 다음날 다시 번복하여 역계열분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현대증권회장 인사문제로 촉발된 형제간 경영권분쟁, 얼마전 현대그룹의 유동성 부족문제로 야기된 3부자 경영일선 동반퇴진선언과 반발에 이은 ‘제3라운드 경영권분쟁’이 노출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및 계열분리는 덩치가 큰 모기업으로부터 작은 기업이 분리해 나오는 것인데 자산이 57조원인 현대건설그룹이 자산 31조원인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분리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또 현재 현대그룹의 계열주는 정몽헌회장이므로 현대의 역계열분리는 자신을 자신으로부터 분리하겠다는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다.
얼마전 전명예회장이 경영일선 동반퇴진을 선언하면서,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만이 국제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번의 역계열분리 파장은 정전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이 외형적으로는 경영일선에서 퇴진하였지만 한국에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영향력은 변함없이 유지되기 때문에 오너가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자신이 사실상 임명해 둔 전문경영인을 통해 막후에서 경영을 얼마든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자동차 소그룹분리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현대측이 기업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6월말까지 계열분리를 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그런데 현대그룹 내부문제로 인해 역계열분리 발상에 이은 취소와 번복사태는 지난달 말 정 전명예회장의 경영퇴진 선언의 순수성마저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정전명예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 지분중 초과된 지분을 과감히 정리하여 계열분리를 조기에 성사시키는 것만이 현대그룹이 살 길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시장에 경영퇴진의 순수성과 구조조정 의지를 과시하는 한편 현대건설 등이 겪고 있는 자금 유동성 부족을 타개하고 현대그룹 전체의 시장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