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김종필 명예총재(JP)가 공석중인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회장을 맡게 되리라 한다. 지난 1월26일 박태준 전 총리가 총리취임과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김봉호회장 대행체제였으나 김 대행의 총선낙선으로 공석인 채 오늘에 이르렀다. 김대중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회장직을 제의한데 이어 JP가 최근 수락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그간 한·일의원연맹이 양국 이익을 위해 기여한 점은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심지어 양국의 국민감정이 충돌, 외교적으로는 도저히 해법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민감한 사안까지도 ‘의련(議聯)’은 정치적인 절충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양측의 회장을 집권당의 실력자들이 주로 맡았고, 이들이 양국정부를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가 소위 ‘DJP 공동정권’이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4·13총선과정에서 한때 심각한 균열상을 드러낸 적이 없지 않았지만 총선 후 다시 자민련 출신의 이한동총리체제를 복원한 마당이므로 공동정권에 대한 시비는 부질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JP의 한·일의원연맹회장 적임여부는 별개의 사안이다.
아무리 이 정부의 인재 풀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해도 한·일의련 ‘JP회장’카드는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이다. 양국은 새 밀레니엄 첫해에 이미 대대적인 정치권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정계는 ‘일·한 의련’주도층이 잇따라 사망하거나 은퇴하고 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구시대 인물이 전면에 포진해야 할 이유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일본어 구사가 능숙하지 않다면 통역을 통하거나 영어로 해도 된다. 시대가 바뀐 줄 알면서도 굳이 구시대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국민정서는 물론 양국 장래에 도움되는 일도 아니다.
여야 소장파 의원 10명의 7일 반대성명은 새로운 시대의 국민정서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성명에서 “JP는 굴욕적인 한·일조약 체결 당사자로 통일시대를 맞아 민족이익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지적이 반드시 옳지는 않더라도,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뀐 지금은 생각도 바뀌어야 마땅하고 연맹회장도 새로운 사람이라야 옳다. 적어도 과거로 부터 생각과 행적이 자유로운 세대가 바람직하다. 일본측도 사정이 같을 것이다.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는 한·일 양국이 다짐해온 양국관계의 미래상이다.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한·일 신시대’를 열어 가기 위한 신사고의 틀이 자리잡게 되기를 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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