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황혼이혼 불가판결 이후 여성계가 ‘여성의 이혼권 보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하급심에서 황혼이혼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김선흠 부장판사)는 9일 A(70·여)씨가 남편 B(68)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만원과 재산분할금 4억5,000만원을 합쳐 5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젊어서부터 원고를 심하게 구타하고 혼외관계를 통해 자녀를 낳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의 불성실한 혼인생활로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른 만큼 두사람은 이혼하라”고 밝혔다.
1949년 B씨와 결혼해 6남매를 둔 A씨는 임신중인데도 “정부(情婦)를 쫓아냈다”는 이유로 구타당하고 B씨의 회갑잔치에 참석하지도 못하는 등 아내 대접을 받지 못하자 가족회의를 거쳐 이혼소송을 냈다.
한편 법조계와 여성계에서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이 장애를 겪고 있는 할아버지의 처지를 감안해 내려진 것인 만큼 하급심 판결 및 황혼이혼 자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하고 있다.
이혼소송 전문인 조배숙 변호사는 “지난번 대법원의 판결은 돌보아줄 사람이 없는 남편의 처지에 주목한 것이지 황혼이혼 자체에 대한 일반적 판례를 남긴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원심판결이 상급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남편의 욕설과 폭력을 참다못한 76세 할머니가 제기한 첫 황혼이혼 상고심에서 “할머니는 고령으로 인해 장애를 겪고 있는 남편을 돌볼 의무가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 여성계로부터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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